‘오늘은 설렁탕? 곰탕?’…비슷해서 헷갈리는 두 음식, 차이점은 [FOOD+]

뼈 우린 설렁탕·고기 고아 낸 곰탕
지역·식당마다 조리법 달라 색 만으로 구분 어려워

‘설렁탕 먹을까, 곰탕 먹을까?’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 식당 메뉴판 앞에서 설렁탕과 곰탕 사이를 고민하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뽀얀 국물의 설렁탕과 맑은 국물의 곰탕은 대체 무엇이 다를까. 둘 다 소고기를 푹 끓여 만드는 음식이지만 재료와 조리법을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특징과 역사가 담겨 있다.

 

곰탕(왼쪽)과 설렁탕.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뼈를 우려내 국물이 뽀얀 설렁탕, 고기를 고아 낸 맑은 곰탕

 

설렁탕과 곰탕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주재료다. 16일 서울미래유산에 따르면 설렁탕은 소의 뼈를 주재료로 국물을 내는 음식이고, 곰탕은 소고기를 중심으로 끓여 내는 음식을 말한다. 

 

설렁탕.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설렁탕은 소의 사골과 잡뼈 등을 오랫동안 끓이는 동안 뼈에서 우러난 성분과 지방 등이 국물에 섞이면서 특유의 뽀얀 색깔이 우러난다. 여기에 양지나 사태 등 삶은 고기를 썰어 넣고 대파를 곁들여 먹는다. 

 

곰탕은 양지와 사태 등 살코기를 비롯해 소의 여러 부위를 고아 만든다. 고기에서 우러난 육향과 감칠맛이 특징으로, 맑고 담백한 국물부터 진하고 묵직한 국물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다만 소의 뼈나 내장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곰탕이라고 해서 반드시 맑은 국물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두 음식 모두 끓이는 방식과 재료에 따라 맛과 색깔이 달라진다. 

 

◆ 왕이 백성에게 나눠 준 국물? 설렁탕에 얽힌 유래

 

설렁탕.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설렁탕은 한때 ‘셜넝탕’, ‘셜렁탕’, ‘설넝탕’, ‘설녕탕’, ‘설농탕’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이름의 유래를 두고 여러 설이 전해지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조선시대 선농단(先農檀)과 관련된 설과 몽골 음식인 공탕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선농단은 임금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고 직접 밭을 가는 친경 의식을 치르던 곳이다. 선농단에서 임금이 제를 올린 뒤 소를 끓여 백성들과 나눠 먹었으며, 이 음식이 ‘선농탕’으로 불리다 오늘날의 설렁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설렁탕이 서울의 대표적인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서울미래유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는 1904년 설렁탕 전문 음식점이 등장했다. 미리 끓여 둔 국물을 주문 즉시 뚝배기에 담아 낼 수 있어 식사를 빠르게 해결하기에 편리했고, 이러한 장점때문에 서울의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설렁탕은 문학 작품에도 등장할 만큼 서민에게 친숙한 음식이었다.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주인공 김첨지는 아픈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설렁탕을 떠올린다. 가난한 인력거꾼의 하루를 그린 작품에서 설렁탕은 당시 서민들의 식생활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족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소재로 등장한다. 평범한 한 끼였던 설렁탕이 당대의 생활상과 애환을 담아내는 문학적 장치로 쓰인 셈이다.

 

◆ 지역마다 다른 곰탕…맑은 나주식이 유명

 

곰탕.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곰탕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달했다. 그중 전남 나주곰탕은 맑은 국물과 넉넉하게 넣은 소고기로 널리 알려졌다. 사골과 잡뼈를 오래 끓여 뽀얀 국물을 내는 설렁탕과 달리, 나주곰탕은 양지와 사태 등 소고기를 삶아 낸 육수를 바탕으로 맑고 담백한 맛을 낸다. 고기에서 우러난 감칠맛이 살아 있으며, 얇게 썬 편육을 넉넉하게 넣어 국물과 함께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식당에 따라 삶은 고기와 함께 달걀지단, 대파 등을 고명으로 올리기도 한다. 뜨거운 육수에 밥을 함께 담아 내거나 밥을 말아 먹으며, 잘 익은 깍두기나 김치를 곁들이면 국물의 담백함과 고기의 풍미에 새콤한 맛이 더해진다.

 

나주곰탕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나주의 장시 문화가 있다. 나주는 예부터 전남 지역의 주요 상업·교통 중심지로, 장이 서는 날이면 상인과 방문객이 모여들었다. 이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는 음식으로 곰탕이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설렁탕과 곰탕은 국물 색깔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조리법은 지역과 식당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설렁탕은 소의 사골과 잡뼈 등을 우려 뽀얀 국물을 내고, 곰탕은 양지와 사태 등 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곰탕에도 뼈를 함께 사용하는 조리법이 있어 국물이 뽀얗게 나기도 하며, 설렁탕 역시 재료와 조리 방식에 따라 국물의 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를 국물 색깔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부위를 사용하고 어떻게 끓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정확하다. 지역마다 다른 조리법과 맛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우리 국물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 깍두기 국물 한 숟가락이 ‘킥’…나트륨 섭취는 주의

 

두 음식 모두 깍두기와 잘 어울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설렁탕과 곰탕은 처음부터 양념을 많이 넣기보다 국물 본연의 감칠맛을 확인한 뒤 소금으로 간을 조절하면 좋다.

 

설렁탕은 대파를 넣으면 향이 더해지고, 소금과 후추는 기호에 따라 조금씩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밥을 말아 먹으면 국물의 고소한 맛과 밥의 부드러운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두 음식 모두 깍두기와 잘 어울린다. 소고기를 끓여 우려낸 국물의 고소한 맛에 깍두기의 새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특히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조금 넣어 먹는 방식은 서울식 설렁탕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서울미래유산도 설렁탕을 담백하게 먹거나 깍두기 국물을 더해 얼큰한 맛을 즐기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영양 측면에서는 두 음식 모두 소고기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열량과 지방 함량은 사용하는 부위와 조리법에 따라 달라진다. 국물에 소금이나 간장을 추가하고 김치까지 곁들이면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어 조절하는 것이 좋다. 건강을 고려한다면 처음부터 간을 강하게 하지 않고, 국물도 필요한 만큼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