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잇따라 독립이사 의장 한화, 권익환 이사회 의장 선임 계열사 ‘이사회 사무국’도 신설 삼성·SK·LG 등 ‘독립이사’ 강화
대기업들이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으로 독립이사를 내세우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으로 소액주주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한화가 14일 권익환(사진) 독립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권 의장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남부지검장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한화그룹은 2024년 한화솔루션 이사회의 의장을 독립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최근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도 독립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엔진도 이사회 구성 등을 재정비한 뒤 2027년 상반기 내 독립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결정에 대해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특별위원회’ 운영 근거를 이사회 규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또 전담 지원 조직인 ‘이사회 사무국’을 각 사에 신설해 독립이사들의 실효성 있는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역시 16개 주요 상장계열사 중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8개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이 독립이사다. 에스원은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LG는 12개 상장계열사 중 로보스타를 제외한 11개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직을 독립이사가 맡고 있다. ㈜LG의 경우 지난 3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독립이사인 박종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 철학에 따라 18개 상장계열사 중 15개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을 독립이사가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SK하이닉스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올해는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SK하이닉스의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됐다.
롯데는 비상장사인 롯데GRS와 대홍기획이 독립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최근 제2차 상법개정안 시행으로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입성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이사회 의장직에 독립이사를 앉혀 선제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0일 시행된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경우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의결권)을 주주가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입성 가능성과 함께 총수 및 경영인이 배임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험도 커진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독립된 이사회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면 향후 법적 책임과 소송 리스크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