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중복상장 규정에 따른 모회사 의무를 각각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가 해당 의무를 위반할 경우 한국거래소가 부과할 수 있는 상장계약 위약금은 각각 최대 10억원으로, 합산 20억원이다. 중복상장 논란 후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거래소 차원의 제재는 위약금과 1일 매매거래정지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IPO를 위한 대표 주관사를 선정했으며 이르면 내년 상장을 통해 약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의 상장을 공식화하면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중복상장 규정에 따라 ‘모회사 이사회 5대 의무’를 각각 부담해야 한다.
지난 8월3일부터 시행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여러 단계에 걸쳐 복수의 상장사가 연결 관계인 종속회사를 상장할 경우 해당 상장사 모두 모회사로 본다. 솔리다임처럼 해외에 상장해도 똑같이 적용한다. 모회사의 범위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간 수직적 지배관계는 첫 단계에서 지분율 20% 이상, 이후 단계는 해당 계열회사가 다음 계열회사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문제는 중복상장 규정의 실효성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중복상장 관련 주주보호 의무를 위반한 상장사에는 최대 10억원의 상장계약 위약금과 1일간의 매매거래정지 조치를 부과한다. 위약금은 과거 1년 평균 시가총액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시가총액이 113조원인 SK스퀘어와 1000조원을 웃도는 SK하이닉스에 최대 10억원의 위약금(합산 20억원)은 제재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위약금 규모가 작은 건 거래소의 불성실공시 위반제재금 상한액(10억원)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위약금 규정만으로 중복상장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위약금 규정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고 위약금 부과 시 공시를 통해 기업 평판에 영향을 주는 정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모회사 이사회 5대 의무를 이행할 때 내용이 미흡해도 거래소가 내용 수정을 지시할 권한도 없다.
이에 지난 9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객관적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중복상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모든 자회사 상장에 주주 동의와 기존 주주 공모주 우선 배정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의원은 “기업에는 경영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주주에게는 자회사 상장의 결정권과 실질적 보상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