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수 적발’ 멸종위기종 관리 총체적 부실

압수 뒤 정부 보호시설 도착까지
주무부처, 폐사 규모 등 파악 못해
생태원서도 5년간 600마리 폐사
“적발·검역·보호 통합 체계 시급”

국립생태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생태원 내 ‘사이테스동물 보호시설 전시관’에서 코모도왕도마뱀을 공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일부 섬에만 서식하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상업적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사이테스) Ⅰ급이다. 국내에서 보호 중인 개체 역시 2024년 밀반입 과정에서 적발돼 생태원으로 옮겨졌다. 이처럼 밀수나 불법사육 과정에서 적발된 멸종위기종은 세관 검역 등을 거쳐 보호시설로 옮겨지지만, 상당수가 이 과정이나 이관 이후 폐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발부터 검역·보관, 보호시설 이관까지 업무가 여러 기관에 나뉘면서 개체별 생존·폐사 현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 사이테스 동물 보호시설에서 공개되고 있는 코모도왕도마뱀. 국립생태원 제공

14일 국회 기후환경에너지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실이 관세청·기후에너지환경부·국립생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세관에서 적발된 멸종위기종 밀반입 개체는 모두 2309마리였다.

 

이 가운데 관세청 자료에 ‘폐사로 자체 폐기’ 또는 ‘폐사로 자체 보관’ 등으로 기재된 개체는 150마리였다. 국립생태원과 국립과천과학관 등으로 이관됐다고 기록된 개체는 1435마리로 전체의 62.1%였다. 일부 개체는 폐사 처리와 이관이 함께 기록돼 있어 자료만으로 정확한 전체 폐사 규모를 산출하기도 쉽지 않다.

 

관세청 기록에는 폐사 시점도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다. 적발 당시 이미 죽은 상태였는지, 세관 검역이나 보관 과정에서 폐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세관에서 별도로 통보받지 않은 개체의 적발 및 이관 전 폐사 현황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멸종위기종 관리는 기후부 담당이 맞다”면서도 “세관이 통보하지 않으면 적발이나 생태원 이관 전 폐사 건수는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생태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폐사는 이어졌다. 최근 5년간 생태원에 반입된 멸종위기종 1434마리 가운데 6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업적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CITES Ⅰ급이 166마리, Ⅱ급이 431마리였다.

 

생태원은 밀수 과정에서 이미 동물 상태가 크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적발을 피하기 위해 어린 개체를 작은 상자나 밀폐된 봉투에 넣고 결박해 들여오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세관에서 적발된 이후에도 검역과 보관 절차를 거쳐 생태원으로 이관되기까지 통상 7∼10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현재 멸종위기종 관리 업무는 밀수 적발은 관세청, 불법사육 단속은 지방환경청, 검역은 관련 검역기관, 보호는 국립생태원이 맡고 있다. 각 단계의 업무는 이뤄지고 있지만 적발된 개체가 어디로 옮겨졌고 이후 생존했는지까지 한꺼번에 추적하는 관리 체계는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박 의원은 “소속기관인 지방환경청에 업무가 위임돼 있다는 이유로 기후부 본부가 관련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관리 사각지대가 생기고 누락되는 개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사하는 멸종위기종이 적지 않은 만큼 기후부가 중심이 돼 관리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