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생 대응에 집중했던 기존 인구정책을 넘어 지방 소멸, 인공지능(AI) 기술 변화까지 확대된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14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로 인구전략위원회(인구위) 본회의 겸 인구 비전 선포식을 열고,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인구전략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된 뒤 마련된 첫 5개년 계획이다. 본회의는 2024년 9월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 이후 2년 만에 처음 열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과의 토론에서 이른바 ‘정상가족’ 개념과 관련해 용어 교체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많이 남아 있다”며 “남녀가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하고 사는 것을 정상가족이라고 부르는데, 그 외의 가족은 비정상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얘기를 더 하면 심각한 논란이 벌어질 것 같아서 멈추겠지만, 그 외의 유형도 많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계획은 ‘인구 패러다임의 전환’을 핵심에 두고 출산율 목표치가 아닌 삶의 만족도와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을 정책 목표로 잡았다. 5년간 삶의 만족도는 2025년 기준 6.6점에서 2030년 7.0점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71.8%에서 74.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본계획은 4대 분야 117개 기본과제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7개 도전과제로 구성됐다. 기본과제는 추진이 결정된 것이며, 도전과제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구체화해 나갈 과제다.
인구위는 대표적인 도전과제로 고령화에 따른 돌봄 인력난을 청년 일자리로 풀겠다고 했다. 인공지능(AI)·돌봄 로봇·보조기구를 다루는 청년 전문 인력을 10만명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양성 목표 기간, 고용 형태 등은 향후 관계 부처 협의 사항으로 남겨놨다. 김진오 인구위 부위원장은 12일 사전 브리핑에서 “청년들이 돌봄 전문직을 통해 지역에 배치되면 일단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인구소멸지역에 돌봄 전문직 20명씩만 배치되면 그들이 삶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돌봄 일자리 질 변화 없이는 현실화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일자리가 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일자리 질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AI를 붙인들 청년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 정권에서 돌봄 일자리를 외국인력이 메우게 했는데 이제는 구직이 절박한 청년에게 넘기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세부 과제로는 치매환자 공공후견인을 올해 300명에서 2030년 1900명으로 늘리고, 고령친화주택 2만5000가구를 5년간 공급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예술인·특수고용직·프리랜서·1인 자영업자 육아수당을 신설해 내년부터 인당 최대 150만원을 지원한다. 다만 이들 정책은 이미 추진 계획이 발표된 내용이다.
인구위 역할 강화 차원에서 인구 관련 예산 사전협의제를 내년부터 가동한다. 각 부처가 1월 말까지 인구 관련 예산사업을 제출하면 인구위가 4월 말까지 협의·조정하고 이후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한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위는 의견을 내는 것뿐이고, 실제 강제성은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인구위 의견을 기획예산처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법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