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의 최고경영자가 일부 인공지능(AI)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카지노 도박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AI거품론 등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설계 기업인 브로드컴의 대표 입에서 AI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요동쳤다.
14일 크립토폴리탄과 로이터에 따르면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DBS 아시아퓨처포워드 컨퍼런스에서 “일부 AI 관련 투자자들이 카지노 도박자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기대를 갖고 있으며, 상당수는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는지도 잘 모른다”며 “기업들의 AI 실험 지출에 대해서도, 아이에게 오락실 토큰 10달러어치를 쥐여주면 10분 만에 다 써버리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로이터는 이같은 탄의 발언이 “저렴한 AI 모델의 등장에 따른 영향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탄은 “많은 투자자가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는지도 모른 채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품었다가, 결국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탄은 매출 성장만으로 AI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픈AI의 9월 기준 연환산 매출이 약500억달러에 이르는 점은 수요를 보여주지만, 막대한 학습 비용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이익 구조는 별개라고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로드컴의 AI 칩 매출은 9월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2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AI 칩 매출은 167억달러로 221% 뛰었다.
특히 브로드컴은 실제로 고객사의 자금 조달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오픈AI의 맞춤형 프로세서 개발과 구매를 위해 500억달러 이상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로픽의 컴퓨팅 용량을 바탕으로 최대 420억달러 대출을 약속했고, 600억달러 규모 은행 대출 일부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구조는 앤트로픽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탄의 발언 이후 한국 코스피는 13일 6% 넘게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도 3% 가까이 밀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낙폭을 키웠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의 점유율 확대도 투자심리를 더 눌렀다. CXMT는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비중 10%를 기록했다. 1년 전 4%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CXMT는 현재 LPDDR6와 낸드플래시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나스닥 선물도 하락했다.
업계에선 탄의 발언을 AI 투자 열기에 대한 내부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탄의 AI산업 수익성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으로 또다시 AI거품론이 소환됐다.
AI 거품론의 주요 근거는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에 있다. 지난해와 올해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515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뚜렷한 상용화 성과나 가시적 수익 창출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증시 집중도가 심화돼 닷컴 버불 당시와 유사한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것은 AI거품론에 따른 증시하락과 맞닿아 있다. S&P 500 지수 내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위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21%를 넘어서며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자금 여력이 소진되거나 AI 투자가 둔화되면 메모리 가격(ASP)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됐고, 역대급 실적 발표일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되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