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멸종위기종 ‘삵’…구조 후 보호중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지난 11일 밤 주민이 고양이인 줄 알고 구조를 요청한 동물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삵’으로 확인돼 서울시야생동물센터로 옮겨졌다. 현장에 나간 구청 당직 직원은 다친 곳이 없다며 돌아갔지만, 주민이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고양이가 아닌 삵으로 판명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삵’ 사진=강동구 제공

◆ 다친 곳 없다던 ‘고양이’, 동물병원서 삵으로 판명

 

15일 서울 강동구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1시5분쯤 구청 당직실에 “고양이를 구조해 달라”는 성내동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나간 당직 직원은 이 동물에게서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직원은 다친 상태의 포유기(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기간) 고양이만 구조 대상이라고 설명한 뒤 구청으로 돌아왔다.

 

주민이 관내 동물병원을 찾아간 뒤에야 이 동물이 고양이가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은 이를 구청 당직실에 알리고 다시 보호를 요청했다.

 

삵을 넘겨받은 구청이 다시 살펴보니 몸이 말라 있었고 탈수 증상과 함께 경계 반응이 심했다. 구청 푸른도시과는 이튿날인 지난 12일 오전 9시쯤 삵을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운영하는 서울시야생동물센터로 옮겼다.

 

강동구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삵이 구조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15일 확인한 센터 누리집 집계로는 올해 이 센터가 구조한 야생동물이 조류 2014마리, 포유류 258마리, 파충류 16마리다.

 

◆ 고양이 영역 싸움에 밀려 굶었나

 

구청이 구조 현장을 다시 확인해 보니 인근에서 며칠 동안 고양이들의 영역 싸움이 벌어졌다. 구청은 삵이 고양이들에게 공격을 당해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성내동 북서쪽에는 한강과 광나루한강공원이, 남서쪽에는 성내천과 올림픽공원이 있다. 삵이 한강이나 성내천 쪽에서 시내 방향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강동구에서 삵이 확인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2021년 9월 강동구 암사생태공원에서 어미로부터 독립한 새끼 삵이 물웅덩이 주변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공원에서는 2020년 6월 한강변 목재 데크길에서 삵의 배설물이 처음 관찰됐다. 이번에 구조된 삵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귀 뒤에 하얀 반점이 있다면 고양이 아닌 삵

 

삵은 고양잇과 포유동물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몸길이는 45∼55㎝, 뒷발 길이는 10.5∼12.2㎝, 꼬리 길이는 15∼40㎝이며 체중은 3∼5㎏이다. 평균 수명은 10∼15년이다.

 

고양이와 가르는 표시는 귀에 있다. 국립생태원은 삵의 귓바퀴 뒤쪽에 하얀 반점이 있어 고양이와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회색빛이 도는 흰색 뺨에는 갈색 줄무늬 세 줄기가 있고, 이마에서 뒤통수까지 흑갈색 무늬 두 줄과 흰색 무늬가 이어진다.

 

털색은 대부분 황갈색이나 적갈색이며 몸에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반점이 많다. 발톱은 매우 작지만 날카롭다. 머리와 몸통을 합친 길이의 절반쯤 되는 꼬리에는 회황갈색을 띤 희미한 둥근 점 7개가 있다.

 

서울시도 2014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삵의 자연 방사를 알리며 삵이 고양이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고 두 눈 사이에 흰 점이 뚜렷하다고 소개했다.

 

◆ 하천 따라 사는 사냥꾼, 쥐약에 무너졌다

 

삵은 산림이나 들판, 민가 주변의 식생 지대에 산다. 야행성으로 하천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산림 속 쓰러진 큰 나무나 바위 틈새, 땅에 난 구멍 등을 은신처로 삼는다.

 

설치류와 조류, 곤충 등을 두루 사냥하지만 주된 먹이로는 설치류를 선호한다. 다 자라면 고라니나 멧돼지 새끼처럼 자기보다 덩치가 큰 동물도 사냥한다. 헤엄도 잘 쳐 간혹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국립생태원은 6·25전쟁 이후 ‘프라돌’ 같은 강력한 쥐약이 쓰이면서 상위 포식자인 삵과 여우 같은 종이 2차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한다. 삵은 1998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및 보호야생동·식물로 처음 지정됐고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관리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최소관심(LC)’이지만 국가적색목록에서는 ‘취약(VU)’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일부 섬을 빼고 전국에 퍼져 살지만 정확한 개체 수는 추정하기 어렵다.

 

◆ 다친 삵 보면 직접 잡지 말고 신고

 

한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허가 없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다만 같은 법은 질병에 걸린 것으로 보이거나 조난·부상당한 야생동물을 구조·치료하는 일이 시급해 포획하는 경우는 금지 대상에서 뺀다.

 

강동구는 “삵이 다쳤거나 조난당한 것으로 보이면 가까이 다가가거나 직접 구조하려 하지 말고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