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경계를 살아온 사람들 외

경계를 살아온 사람들(이정희, 따비, 3만8000원)=한반도에서 140년 넘게 살아온 화교 사회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화교 사회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는 교육·언론·종교·거주국과의 관계 등을 살피며 이들의 정착과 변화를 추적한다. 1880년대부터 한반도에 뿌리내린 화교는 가장 오래된 이주민 집단 중 하나지만, 여전히 낯선 이웃이자 경계의 대상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출신 이주민이 늘면서 2025년 기준 국내 거주 중국인은 약 90만명에 이른다. 책은 조선 내 중화상회의 설립과 역할 등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화교 사회의 숨은 역사를 복원한다. 저자는 “화교를 배제와 차별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들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다문화 사회 한국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지도는 답을 알고 있다(야마사키 게이이치, 노경아 옮김, 윌북, 1만9000원)=세계사의 흐름을 지리와 지정학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20년 넘게 일본에서 역사와 지리를 가르친 저자는 지형과 기후, 바다와 국경이 국가의 흥망과 부와 권력의 이동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폴란드는 방어에 불리한 지형 탓에 강대국의 각축장이 됐지만, 네덜란드는 지형과 기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독립을 이뤘다. 러시아에서 국경 분쟁과 민족 갈등이 잦은 이유,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이 된 배경, 대영제국이 인도 지배에 집착한 까닭도 지리적 조건에서 찾는다. 중국이 명나라 시대부터 동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온 역사도 다룬다. 직관적인 그래픽 지도를 활용해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쉽게 설명하며, 오늘날 국제 갈등과 국가 간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최재붕, 샘앤파커스, 1만9000원)=인공지능(AI)이 바꾸는 산업과 권력의 지형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저자는 세계 AI 산업에 몰린 자금 5경원, AI 에이전트의 전장 투입, 휴머노이드의 부상, 미·중 AI 패권 경쟁, 젠슨 황의 ‘깐부 동맹’ 등 2026년을 관통한 10대 키워드를 짚는다. 이어 AI 인프라와 물류·모빌리티, 국방·안보, 콘텐츠, 유통, 제조, 의료 등 8개 산업의 변화를 살핀다. 핵심은 AI의 성능보다 신뢰성이다. AI의 역할이 커질수록 오류를 검증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인간의 판단이 중요해진다. 저자는 “2026년이 ‘AI가 권력이 된 해’였다면, 2027년은 그 권력을 누가 가장 잘 다루는지 판가름 나는 해가 될 것”이라며 AI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만드는 국가와 기업, 개인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본다.

사라지는 일, 살아남는 사람(이찬, 김영사, 1만3500원)=AI 시대, 사라질 직업보다 먼저 흔들리는 것은 일하는 방식과 성공의 공식이다. 인적자원개발 전문가인 저자는 AI가 업무를 바꾸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자동화와 외주를 택하면서 기존의 경력 관리 방식도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한다. 좋은 학교를 나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된다는 공식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펙의 양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능력이다. 직업 안에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를 찾아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변화 감지, 사람 이해, 재학습, 가치 창출, 연결과 융합, 실험, 끈기 등 7가지 역량을 제시하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을 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가치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 남아 있는 빛(마이클 말레이, 김명남 옮김, 에트르, 2만1000원)=뱀장어와 나방, 민물진주조개, 귀뚜라미처럼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사라져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호주로 이주하고 영국에서 공부한 저자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위안을 얻었다. 강과 바다를 오가는 뱀장어부터 어둠 속을 날아다니는 나방, 맑은 물속에서 살아가는 민물진주조개까지 저자가 주목하는 생명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삶과 경이로움이 있다. 저자는 이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존재에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라져가는 생명을 돌보는 일이 결국 인간이 살아갈 세계를 지키는 일임을 일깨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