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구들과 근황 토크를 해보면, 어느새 화제가 결국 인생에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좁혀진다.
가진 것이 시디와 책뿐이었던 시절엔 소유한 시디를 절대로 친구들에게 빌려주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친구가 나타나면 한 번씩 빌려주기도 했지만 시디는 나만의 것이어야 했다. 책도 그랬다. 구입한 날짜와 구입한 장소가 적힌 좋아하는 책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보여주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다. 책에 또 하나 추가할 것이 있다면 사전류이다.
이상하게도 난 사전이 많다. 플로베르의 ‘통상 관념 사전’부터 비평전공도 아니면서 ‘문학 비평 용어사전’에 각종 영어사전에 일어사전, 국어사전은 물론 반대어사전, 유의어사전까지. 게다가 최근엔 ‘일상 질문 사전’이란 책도 구입했다.
한때는 영화보기에 빠져서는 DVD나 블루레이를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 또 카메라를 빼놓을 수는 없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부터 캐논 EOS 5 수동 카메라에 동영상 촬영하는 데 많이 썼던 한효주 카메라, 로모 수동 카메라까지. 구입하던 순간에는 모두 다 고가였고 구입의 목적이 분명했던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다 박스에 담긴 채 나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해봤다. “얘들아, 너네 들장미 소녀 캔디 만화 시리즈, 셜록 홈스 시리즈 갖고 있니? 난 갖고 있다! 전혜린이 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초판도 갖고 있어.” 그랬더니 갑자기 화제가 무쇠솥이나 찜기 같은 주방용품으로 넘어갔다. 나는 한동안 친구들의 대화를 듣기만 했다. 친구들이 말한 신박하다는 냄비 이름 하나는 적어두었다. 다음에 한번 구입해 보려고.
‘일상 질문 사전’에서 본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늘 궁금해하던 것이었는데 A4 용지의 규격이 왜 그렇게 동일하게 A4로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나. 왜 세계 어딜 가나 종이는 다 A4이지 궁금해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규격이 통일되지 않아 낭비가 많다고 판단한 한 물리화학자가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러 차례 접어서 재단해도 전체 종횡 비율에 큰 변화가 없어 손실되는 종이의 양이 적다는 것이다. “A4 용지는 단순히 종이의 규격이 아니라,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인류의 정교한 약속”이라면서. 몰라도 되는 것들을 알려주는 사전의 매력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