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7% 넘게 폭락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하락을 뜻하는 파란 화살표가 켜졌다. 직원들은 모니터 앞에서 업무를 이어갔고, 전광판 앞을 지나는 직원의 손은 머리 위로 향했다. 가파르게 내려앉은 그래프가 하루의 장세를 보여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간신히 지켰던 6,000선은 개장과 함께 무너졌다. 코스닥도 63.06포인트(7.65%) 하락한 760.82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의 대표 반도체주도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9.48% 떨어진 21만원, SK하이닉스는 11.06% 내린 126만2,000원을 기록했다. 두 종목의 주가가 나란히 표시된 딜링룸 전광판에도 파란 화살표가 선명했다.
미국의 물가 지표와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웃돈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AI 투자가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반도체주 매도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급격한 하락에 거래도 멈췄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전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두 지수 모두 장중 8% 넘게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종가도 7%대 하락을 벗어나지 못했다.
장이 끝난 뒤에도 전광판에는 길게 내려앉은 파란 그래프가 남았다. 그 앞에서 직원들은 시황을 확인하며 업무를 이어갔다. 거래가 멈췄다 다시 시작된 ‘검은 목요일’의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