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주식 대신 예적금”… 3년8개월來 최대폭 증가 [증시 '검은 목요일']

2년 미만 정기상품 잔액 8월 28조↑
높은 금리도 ‘역머니무브’ 부추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고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이 재부각되면서 주식시장을 탈출한 자금이 시중은행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 ‘투톱’에서 이탈한 자금이 은행권으로 향하면서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잔액은 3년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변동성이 심화된 증시 대신 금리를 올린 시중은행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잔액은 1816조575억원으로 전월(1787조3646억원) 대비 약 28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2월(44조6000억원 증가)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은은 반도체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유입된 자금이 단기 상품과 예·적금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증시 상승기에 나타났던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반전돼 주가 하락과 시장 불안 속에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되돌아오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높아진 예·적금 금리 역시 자금 이동을 부추겼다. 한국은행이 8월까지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함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연 4% 수준까지 올랐고 일부 저축은행은 연 7%대 금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불안정한 주식시장에서 손실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높아진 수신 금리를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반면 증시는 불안한 만큼,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며 “2년 미만 단기 상품으로 자금이 쏠린 것은 투자자들이 고금리 기조의 지속 여부를 살피면서 AI 업황과 증시 흐름을 관망한 뒤 재투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잇따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증시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자금의 은행권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11월과 내년 2월 각각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최종 금리가 연 3.5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