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일간 이재명 대통령을 보좌한 강훈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남긴 퇴임 인사다. 이날 그의 엑스 프로필에는 이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사진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계정 상단 배경 속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이재명’이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강 전 실장은 퇴임사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며 사퇴를 결심하기까지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고민을 시작한 지는 꽤 됐다.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다”며 책임을 통감했다고 전했다.
가장 괴로웠던 날로는 지난달 18일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꼽았다.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 과정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강 전 실장은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며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라고 돌아봤다.
사의를 표명한 뒤에도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떠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 말씀은 많이 아팠다”면서도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사퇴에 따른 아쉬움과 별개로 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강 전 실장은 이 대통령을 탁월한 행정가이자 국민의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며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도 전날 엑스를 통해 강 전 실장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황무지 벌판에서 시작된 국민주권정부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셨다”고 평가했다.
특히 후임인 임광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환영하면서는 “훈식이형만큼 아니 그 이상을 해 내실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고 적었다. 새 비서실장에 대한 기대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강 전 실장을 친근한 호칭으로 언급한 것이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와 지지율 하락 등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 대통령은 전날 임광현 국세청장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강 전 실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계없이 청와대가 흔들림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또 인사 올리겠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염원한다”는 말로 499일간의 비서실장 생활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