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정식 채용 전 교육생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일선 지방노동청에서는 과거 행정해석 등을 근거로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업무에 필요한 교육이라도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등의 이유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고용부는 교육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실이 부산·광주지방노동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노동청은 신한카드 부산센터 신입상담원 채용예정자 교육에 참여한 교육생의 진정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교육생은 채용 전 교육훈련 기간도 시용근로자 지위에 해당한다며 약정 교육비와 법정 주휴수당을 요구했다. 시용근로자란 정식 채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 업무 적격성을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한 근로자를 의미한다.
부산노동청은 해당 교육이 실제 업무 상황에서의 적응 능력과 교육 성과 등을 파악하기 위한 채용 과정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교육생과 회사 간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다. 판단 근거로는 새 가이드라인과 함께 채용 전 교육이 업무 적응, 자질평가를 목적으로 하면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고용부의 1994·2000년 행정해석 등을 제시했다.
광주노동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광주노동청은 지난 1월 접수된 채용 전 교육생 임금 지급 관련 진정 두 건을 각각 1월과 3월에 종결하며 모두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한 교육생은 입사 전 하루 8시간의 교육을 받고 일당 3만∼4만원만 지급받았다며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광주노동청은 교육서약서에 서명해 강제성이 없었고, 교육 내용도 실제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진정에서도 근로자가 교육을 거부할 수 있고 강제성을 띠지 않았다며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광주노동청은 이 같은 판단 근거로 2019년 고용부 행정해석을 들었다. 이 행정해석에서 고용부는 “교육이 향후 채용될 경우에 필요한 업무 적응 능력이나 적격성 여부 판단 등을 목적으로 하면서 교육의 수료실적에 따라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등 임의성을 띤 경우라면 피교육자와 회사간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022년 4월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를 위해 근로가 제공됐다면 정규 근로자의 업무와 다르더라도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시내버스 수습 기사가 교육기간 중 실제 노선을 운행하는 등 사용자를 위해 근로를 제공했다면 교육·훈련 성격을 겸하더라도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돼 근로계약이 성립한다는 판단이었다.
고용부도 콜센터 등을 중심으로 채용과정에서 실시한 교육·연수·훈련에 참여자의 근로기준법상 지위를 놓고 분쟁이 늘자 이 같은 판례 등을 참고해 지난해 11월 ‘정식 채용 전 단계 교육생의 근로자성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은 교육 목적이 채용 후 곧바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식·경험 습득에 있거나 실제 업무와 유사한 과제 등이 포함되는지 등을 살펴 사실상 근로를 제공한 경우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요 판단 기준으로는 교육 중 사용자의 근태관리나 업무 지시, 실적 평가 등이 이뤄졌는지를 제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교육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근로자로 인정하라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교육이 실제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고,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능력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 의원은 “정부가 예산을 들여 교육생 보호 가이드라인까지 만들고, 산하 노동청은 그 이후에 종결한 사건에서조차 과거 행정해석으로 교육생의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 엇박자”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