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약 49억원을 들여 사들인 SK하이닉스 주식이 3억원대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4일까지 2억3647만원의 평가이익을 냈지만, 15일 주가가 11% 넘게 떨어지면서 하루 만에 평가액이 5억6834만원 줄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인 15일 전 거래일 대비 15만7000원(11.06%) 내린 1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 회장의 평균 취득단가인 135만3677원보다 9만1677원 낮은 가격이다. 주식을 매수한 7월 30일 종가(132만2000원)보다도 6만원 떨어졌다.
◆49억 매수 후 13억 이익…두 달 반 만에 손실
최 회장은 지난 7월 30일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평균 취득단가는 135만3677원으로, 총매입액은 49억31만740원이다.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사들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매수 직후에는 주가가 급등했다. 이튿날인 7월 31일 SK하이닉스가 29.95% 오른 171만8000원에 마감하면서 최 회장이 매입한 주식의 평가액은 62억1916만원으로 불어났다. 평가이익만 13억1885만원에 달했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익도 줄었다. 지난 14일 종가 141만9000원을 기준으로 평가이익은 2억3647만원이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5일 종가 기준 평가액은 45억6844만원으로 내려갔다.
매입액보다 3억3187만원 적은 금액이다. 평가손실률은 6.77%다. 7월 31일과 비교하면 평가액이 16억5072만원 감소했다.
최 회장은 주식 매입 약 2주 전인 7월 17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장기 보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따라 사고팔기보다 보유하는 편이 재산 보전에 유리하다는 취지였다. 당시 SK그룹 측은 최 회장의 주식 매수를 반도체 기업가치에 대한 신뢰와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美 물가 충격, AI 투자 수익성 우려까지
국내 반도체주 급락에는 미국의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현지시간 지난 14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3.7% 상승했다. 8월 상승률(3.4%)보다 0.3%포인트 높고 시장 예상치(3.6%)도 웃돌았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9.1%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의 월간 상승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년 대비 2.6%로 시장 예상치(2.5%)보다 높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올렸다. 이번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물가 발표 이후 한때 연 5.33%까지 상승했다가 5.2% 아래로 내려왔다. 금리 상승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겹쳤다.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의 2032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15%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AI 인프라 기업들의 부채 상환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막대한 자금을 빌려 데이터센터를 확장하고 있지만,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진 것이다. 이 같은 불안은 미국 기술주 전반으로 번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 하락했다. 미국 반도체주에 집중된 매도세가 1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7.57% 급락…양 시장 거래 ‘20분 중단’
지난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에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지난 4월 7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도 63.06포인트(7.65%) 하락한 760.82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두 시장 모두 8% 넘게 떨어지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오후 12시 23분 코스닥시장에서 먼저 거래가 중단됐고, 12시 38분에는 코스피시장에서도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두 시장의 매매거래는 각각 20분간 중단됐다.
양 시장에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는 10번째, 코스닥에서는 5번째 발동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폭은 시장 전체보다 컸다.
지난 6월 22일 종가 기준 고점인 291만9000원과 비교하면 15일 종가는 56.8% 낮다. 6월 25일 기록한 장중 고점 298만7000원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최 회장의 개인 투자 역시 이 같은 주가 조정의 영향을 받았다. 매수 직후 13억원이 넘었던 평가이익은 두 달 반 만에 3억원대 평가손실로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발표될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실제 메모리 수요와 수익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가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