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과 함께 식탁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뜻한 국물과 고소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인데, 이때 부담 없이 식탁에 올리기 좋은 식재료가 두부다. 콩으로 만든 두부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어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린다. 가을 산행 뒤 막걸리와 곁들이는 두부김치부터 바쁜 아침을 채우는 연두부, 버섯과 들깨를 넣은 두부 전골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 2000년 넘게 이어온 두부의 역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두부는 콩을 갈아 만든 두유에 응고제를 넣어 굳힌 식품이다.
두부의 기원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나라의 회남왕 유안이 처음 만들었다는 설이다. 다만 유안의 두부 제조설은 후대에 전해진 이야기로, 이를 뒷받침하는 동시대 문헌은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 문신 이색의 문집 ‘목은집’에 두부 관련 시가 남아 있다. 두부를 대접받은 경험을 노래한 이 기록은 고려 말 두부가 식생활에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당시 교류가 활발했던 원나라를 통해 두부가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한다.
조선시대에는 두부 제조법이 더욱 발달했다. ‘세종실록’에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에서 온 여인들의 음식 제조 솜씨를 높이 평가하며, 특히 두부를 잘 만든다고 칭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왕릉이나 원의 제례에 사용할 두부를 만들던 사찰은 ‘조포사(造泡寺)’라고 불렸다. 두부는 고기를 먹지 않는 승려들에게도 중요한 식재료였다.
오늘날에는 지역별 두부 음식이 발달했다. 강원 강릉의 초당두부는 간수 대신 바닷물을 이용해 콩물을 굳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에서는 초당순두부와 두부전골 등 다양한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짬뽕순두부처럼 순두부를 기존 음식에 접목한 응용 메뉴도 등장하면서 두부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다.
◆ 버섯·가을무·들깨 더한 두부 요리
두부는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다양한 제철 식재료와 잘 어울린다. 가을에는 버섯과 무, 들깨, 단호박 등을 곁들이면 계절의 맛과 영양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아침 식사로는 양념장을 얹은 연두부가 간편하다. 연두부에 간장과 참기름, 다진 쪽파, 깨를 섞은 양념을 끼얹으면 완성된다. 달걀과 두부를 함께 볶아 스크램블을 만들거나, 멸치 육수에 두부와 애호박을 넣어 된장국을 끓여도 좋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두부를 넣으면 익숙한 찌개 요리에 식물성 단백질을 더할 수 있다.
쌀쌀한 날에는 버섯 두부전골이 제격이다. 냄비에 무와 양파를 깔고 두부와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등을 올린 뒤 멸치·다시마 육수를 부어 끓인다. 국간장과 다진 마늘로 간을 맞추고 대파를 넣으면 버섯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전골을 즐길 수 있다. 들깨 두부탕도 가을철에 어울린다. 육수에 두부를 넣고 끓인 뒤 들깻가루를 풀어 한소끔 더 끓이면 고소한 풍미를 살릴 수 있다. 들깨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식단에 다양한 지방 공급원을 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을무를 활용한 두부조림은 밥반찬으로 좋다. 냄비 바닥에 도톰하게 썬 무를 깔고 두부를 올린 뒤 간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물을 섞은 양념장을 붓는다. 무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자작하게 끓이면 무의 단맛이 두부에 배어든다.
단호박 속을 파내고 으깬 두부에 다진 채소와 달걀 등을 섞어 채운 뒤 찌면 별미 두부찜이 완성된다. 단호박의 베타카로틴과 두부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늦가을에는 굴 두부국도 활용할 만하다. 멸치 육수에 두부를 넣고 끓이다가 손질한 굴을 넣어 충분히 익힌 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굴의 아연과 두부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이다.
◆ 모든 두부 칼슘 함량 같지 않아…영양정보 확인 후 구입
두부는 일상적인 식단에 활용하기 좋은 식품이지만 조리법에 따라 영양 섭취 양상은 달라진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부침이나 튀김보다는 찜이나 국, 전골 등으로 조리하면 추가되는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찌개나 조림에 넣을 때는 간장과 소금의 양을 조절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칼슘 보충을 위해 두부를 선택한다면 제품별 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응고제의 종류와 제조 방식에 따라 칼슘 등 영양성분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포장에 표시된 영양정보를 확인한 뒤 필요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두부는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이지만 특정 질환이나 피로를 직접 치료하지는 않는다. 평소 두부를 비롯한 다양한 단백질 식품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절기에 피로가 지속된다면 식사와 수면, 활동량 등을 점검하고 증상이 오래 이어질 경우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