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고, 다그치고, 사과받고…국감장 올해도 ‘호통 국감’ [국정감사]

“최주희 대표님 앞으로 나오세요. 나오세요.”

 

지난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 요구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주희 티빙 대표를 시작으로 김정훈 우아한형제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임한욱 토스페이먼츠 대표,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 박수경 듀오 대표가 차례로 앞으로 나왔다.

최주희 티빙 대표(왼쪽부터), 김정훈 우아한형제들 CISO, 임한욱 토스페이먼츠 대표, 홍승일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 박수경 듀오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다섯 분을 모셔야 되니까 가능하면 앞으로 좀 나오세요. 저희가 핸드마이크를 드릴게요”라며 이들을 일렬로 세웠다.

 

송기헌 과방위원장이 이를 보고 “(증인) 바꾸는 시간 드릴 테니까 질의할 분 말고 다른 증인들은 뒤쪽에 앉아 계세요”라고 하자 이 의원은 “지금 시간이 3분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1분 추가로 더 주시면 4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질의가 시작되자 호통과 사과가 오갔다. 이 의원은 티빙의 계정·소스코드 유출 사고를 지적하며 “어떻게 개발자 접속키를 소스코드에 암호화도 안 하고 평문으로 박아 둘 수 있습니까”라고 따졌다. 최 대표는 “책임자로서 국민께 송구하고, 보안에 그간 소홀했음을 여실히 느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배달의민족. 이 의원이 고객센터 상담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거론하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김정훈 CISO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뭐라고요”라고 되물었고, 김 CISO는 다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남언니 운영사 대표와도 비슷한 문답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의료 관련 민감정보 유출을 질타하며 “전 세계적으로 망신 아닙니까. 개인정보가 다 털린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홍승일 대표는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듀오의 박수경 대표도 회원정보 유출에 대해 “저희가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되는 ‘기업인 망신주기’ 논란이 올해도 되풀이된 셈이다. 기업 관계자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데 치중하면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감장에 불려 나온 기업 경영진은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피해 보상과 보안 투자 확대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성격이 다른 여러 기업의 사고를 짧은 시간에 다루면서 대책의 실효성을 따져 묻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보여주기식 국감 논란은 매년 반복돼왔다. 2024년 과방위는 증인 108명과 참고인 54명, 총 162명을 채택했다. 당시에도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불러 세워놓고 제대로 질의할 시간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에는 180명(중복 포함)이 넘는 증인·참고인을 신청했지만 말 한 마디 못한 증인·참고인이 절반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개인정보 유출 관련 국감이 질책과 사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기업 보안 투자와 감독 체계의 실효성을 짚는 질의도 이어졌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티빙 매출이 5년간 26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정보보호 전담 인력이 4명에 그쳤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황정아 의원은 강남언니의 민감정보 관리와 사고 이후 대응 부실을 따져 물었다.

 

이정헌 의원도 티빙의 개발자 인증키 관리 부실과 배달의민족의 개인정보 무단조회 탐지 실패 등 핵심 문제를 짚었다. 다만 5개 기업의 사고를 4분 안팎으로 다루면서 실효성 검증보단 책임 추궁과 사과가 반복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더 이상 일반증인께 질의할 위원님 안 계시지요?”(송 위원장)

 

이날 오후 3시쯤 시작된 일반증인 신문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됐다. 송 위원장이 증인들에게 퇴실을 안내하자 기업 관계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