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이 이달 말 열리는 핵심 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숙청 예고’ 성격이 짙은 연설문을 전격 공개했다. 겉으로는 충성을 맹세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품은 간부들을 솎아내겠다는 메시지로, 내년 당 대회를 앞둔 인사 정리 작업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개월 만에 공개된 연설
16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전날 시 주석이 올해 1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연설 ‘더 높은 기준과 더 실질적인 조치로 전면 종엄치당(從嚴治黨)을 추진하자’를 게재했다. 연설 시점으로부터 9개월이 지나 뒤늦게 전문이 공개된 셈인데, 이는 중국공산당 5중전회를 열흘가량 앞두고 당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연설의 핵심은 ‘두 얼굴의 인간’(兩面人)에 대한 경고다. 시 주석은 “당 중앙의 중대 결정을 관철·이행하는 데서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며, 마음속에 다른 뜻을 품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간부를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묘사한 ‘두 얼굴의 인간’은 꽤 구체적이다. 입으로는 정치적 충성과 ‘두 가지 수호’(시진핑 총서기의 당 중앙 및 전당 핵심 지위 수호,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 영도 수호)를 외치고 당의 결정에 가장 먼저, 가장 큰 목소리로 호응하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양봉음위’(陽奉陰違)하며 제멋대로 행동하고 심지어 지시를 뭉개버리는 유형이다. 시 주석은 이런 행태를 당 규율 무시, 당 노선 반대, 파벌 형성, 관직 약속 등 ‘일곱 가지 문제’로 구체화해 규정했다.
이념적 일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사상적으로 자유주의에 빠져 개인 지상주의를 신봉하며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고, 정치적으로는 “입에 발린 말을 하며 이익이 있는 곳을 파고들다 언제든 배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투기주의자”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행위가 당성 원칙에 어긋나고 당 중앙의 결정 이행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과감히 들춰내고 과단성 있게 정리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특히 “임기 교체 과정에서는 눈을 똑똑히 뜨고 진정으로 충성스럽고 겉과 속이 같은 간부를 기용해야 하며, ‘두 얼굴의 인간’과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자가 슬쩍 넘어가게 해선 안 된다”는 대목은, 다가올 인사 교체 국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당 중앙위원회는 시 총서기를 포함한 중앙위원 205명과 후보위원으로 구성되는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로, 매년 한두 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 방향과 당·정·군 고위급 인사를 논의한다. 이번 5중전회의 주된 의제 역시 ‘전면 종엄치당’으로 설정돼 있어, 시진핑 4기 출범 여부가 걸린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의 사상적·정치적 정돈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당적 박탈·실형 선고…줄줄이 이어지는 숙청
실제로 이번 연설문 공개를 전후해 고위급 숙청과 사법 처리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국경절 연휴 직후인 지난 8~12일 닷새 동안 중앙관리간부 3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신’으로 불렸던 후유타오 전 장시성 정협 부주석(징역 12년), 쉬촨즈 전 중앙순시조 순시전문관(징역 12년), 저우셴왕 전 후베이성 정협 부주석(징역 14년)이 그 대상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지난 9월 한 달간 선고받은 인원(6명)과 비교해도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고 짚었다.
군부 숙청도 계속됐다. 지난달 21일 ‘군부 2인자’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류전리 전 연합참모부장이 “파벌을 형성했다”는 이유로 당적·군적을 모두 박탈당했다. 리상푸, 먀오화, 허웨이둥에 이은 연쇄 낙마로, 중앙군사위 7석 가운데 시 주석과 장성민 부주석 단 두 명만 남아 사실상 1인 체제가 됐다. 홍콩 명보는 지난 1년간 해임·박탈된 중앙위원이 19명이며 최대 3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205명 중앙위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전례 없는 수치”다.
민간 부문에서도 낙마가 이어졌다. 보시라이·쑨정차이 두 전임 충칭시 서기의 숙청 속에서도 살아남아 ‘오뚝이’로 불렸던 황치판 전 충칭시장이 지난 13일 조사 사실이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장쩌민계 상하이방을 겨냥한 더 큰 숙청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정·군을 가리지 않는 이런 흐름 속에서 시 주석의 ‘두 얼굴의 인간’ 경고는 그 연장선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 투쟁의 불씨를 미리 정리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