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부천 공장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에 대해 “마지막 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경기도가 온 정성을 다해 예우하라”고 당부했다고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이 전했다. 추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빈소를 찾아 조문한다.
홍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고인의 숭고한 넋을 도민과 함께 마음 깊이 추모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유가족분들의 비통한 심정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경기도는 고인의 고귀한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추 지사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현장으로 향했던 소방관이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적었다.
고인의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다. 빈소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오는 19일 엄수될 예정이다. 소방청은 순직 당시 소방장이던 고인을 소방위로 1계급 추서했다.
전날 부천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선착대로 투입됐던 고인은 공장 안에서 동료 대원과 함께 고립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가 이날 오전 0시55분쯤 끝내 숨졌다.
이 불로 다른 소방대원 1명도 중상을 입었으며, 소방관 4명이 열탈진 증상을 보이고 공장 관계자 2명도 연기흡입으로 이송되는 등 총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일정 접고 찾은 현장…‘재정 빨대’ 사과는 없었다
추 지사는 전날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화재 현장을 찾았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표현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발언에 격분해 경기도지사 관사에 불을 지르겠다며 119에 협박 전화를 건 60대 남성은 지난 15일 경찰에 붙잡혔다.
추 지사는 오전 11시20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화재 현장에 도착해 피해 상황을 살폈다. 제주에서 예정됐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와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참석 등 기존 일정은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추 지사는 현장에서 “일단 이렇게 (소방이) 3분 만에 출동을 해 주셔서 화재가 확산되는 걸 막아주셔서 우선 감사드린다”며 “희생적인 용기 덕분에 큰 피해는 막았지만 중태에 빠진 두 분의 소방관들께 용기와 희생에 대해 위로를 드리고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부상당한 소방관들이) 빨리 쾌유하시기를 바라고 치료와 회복에 우리 도로서도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계속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불이 위험물질을 허가 없이 다루던 업체에서 난 만큼 소방본부와 협력해 사전 예방교육을 늘리고, 위험물질을 다루는 업소를 미리 단속하는 조치를 즉각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다만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취재진이 이 발언을 두고 소방노조가 반발하고 있다고 묻자 추 지사는 질문을 끊으며 “그런 얘기 하지 마시죠”라고 했다.
◆ 작업자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불은 전날 오전 8시38분쯤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4층짜리 도장공장에서 났다. 추 지사는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작업자들을 먼저 내보내고 가장 늦게까지 현장에 남아 있다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빠져나오던 소방관이 남은 동료를 구하러 다시 들어갔다가 함께 크게 다쳤다고도 전했다.
소방 당국은 오전 9시9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고, 불은 오전 11시6분쯤 완전히 꺼졌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불은 금속 세정 과정에서 신나 등 휘발성 물질을 다루다 난 것으로 추정된다.
◆ “홧김에 한 말”…관사 위치도 몰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전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오전 10시26분쯤 119에 전화를 걸어 “경기도지사 관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말하며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119로부터 신고를 넘겨받은 경찰은 A씨의 과거 112·119 신고 이력 등을 추적해 약 1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11시25분쯤 부산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A씨를 검거했다.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A씨는 TV로 국정감사 뉴스를 시청하던 중 추 지사의 소방 관련 발언에 격분해 전화를 걸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홧김에 한 말”이라며 실제 방화할 의도는 없었고 관사 위치도 알지 못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소방 관련 종사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재정 빨대’ 발언, 어떻게 나왔나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 1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 예산의 국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자 추 지사는 “위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답했다. 이어 소방 인건비가 2027년 1조1000억원, 사업비가 5000억원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거론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소방공무원 노조와 야권이 반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와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소방공무원의 헌신을 폄훼한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힘도 사과를 촉구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경기도는 2020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관련 재정을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부담하는 구조를 지적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