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많이 먹으면 뇌혈관 손상 위험 40% 높아

캐나다 연구팀 성인 8783명 분석…“체지방·내장지방도 더 많아”
인지기능 검사에선 유의한 차이 없어…장기 추적 연구 필요
초가공식품(UPF)을 많이 먹는 중년 성인은 체지방과 내장지방이 더 많고,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무증상 혈관성 손상 징후가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과자와 가당 시리얼, 탄산음료, 즉석면 등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중년 성인은 뇌혈관 손상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인구보건연구소 연구팀은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에서 심혈관질환이 없는 35∼69세 성인 8783명의 식습관과 체지방, 뇌 자기공명영상(MRI), 인지기능 검사 결과를 분석해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초가공식품은 포장 과자와 가당 시리얼, 청량음료, 즉석면, 냉동 간편식 등 산업적 가공을 거친 식품을 말한다. 나트륨과 첨가당,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고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등은 상대적으로 적다.

 

연구팀은 캐나다인의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고 비만과 심혈관 대사 질환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지만, 중년기의 무증상 뇌혈관 손상과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심장과 정신을 위한 캐나다 연합’(CAHHM)과 ‘도시·농촌 역학 전향적 연구-마인드’(PURE-MIND)에 참여한 성인 8783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식이 섭취 설문지를 작성하고 뇌 MRI 촬영과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다.

 

연구팀은 하루 에너지 섭취량 2000㎉를 기준으로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환산해 참가자들을 네 그룹으로 나눴다.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전체 식품 섭취량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45%였지만, 가장 적은 그룹은 16.5%였다. 반대로 과일과 채소, 곡물 등 최소 가공식품의 비율은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에서 41.5%, 가장 적은 그룹에서 68.6%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체지방률이 1.7%포인트 높았고, 내장지방 부피도 평균 5.7㎖ 컸다. 다만 간 지방 비율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뇌 MRI 분석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의 혈관성 뇌 손상 가능성이 가장 적은 그룹보다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무증상 뇌경색 또는 광범위한 백질 고신호강도 가운데 하나 이상이 관찰된 경우를 혈관성 뇌 손상으로 정의했다.

 

백질 고신호강도는 뇌 MRI에서 백질 부위가 밝게 나타나는 변화로, 뇌혈관 질환과 관련된 손상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런 변화는 뚜렷한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되기 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기억력과 주의력, 언어 능력 등을 평가하는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와 주의력·작업기억·정신운동 속도 등을 측정하는 숫자기호대치검사(DSST)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인지기능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한 시점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비교한 횡단면 연구라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뇌혈관 손상을 직접 유발했는지, 관찰된 뇌 변화가 장기적으로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신저자인 소니아 아난드 교수는 “이는 30대부터 60대까지 무엇을 먹느냐가 이후의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억력이나 사고력에 뚜렷한 문제가 나타나기 전부터 식습관과 뇌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난드 교수는 또 “초가공식품은 간편하고 저렴한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며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 저하와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뇌 변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