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상류서 ‘큰빗이끼벌레’ 군체 발견…정부 ‘독성 없다’ vs 환경단체 ‘수질 악화 반증’

화천 파로호 ‘하트섬’ 물 고인 성토 구간에 몰려
화천 파로호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사진=연합뉴스

강원 북한강 상류인 화천 파로호의 관광지 ‘하트섬’ 일대에서 큰빗이끼벌레 군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17일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 하트섬 주변 얕은 물속에서는 거대한 도롱뇽 알집 모양의 큰빗이끼벌레 군체가 쉽게 눈에 띄었다.

 

군체는 육지와 섬을 잇는 성토 구간에서 다량으로 발생했다. 물의 흐름이 막혀 고이기 쉬운 곳이다.

 

큰빗이끼벌레는 이끼처럼 보이지만 몸길이 1㎜ 안팎의 작은 동물 수백∼수만 개체가 뭉친 덩어리다. 화천 파로호 일원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다량 발생한 사실은 여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내수면 어업인 유모(67)씨는 “유난히 가물거나 더우면 그 징그러운 것이 더 많이 나온다”며 “그러면 어획량이 떨어져 골치”라고 말했다.

 

어업인의 경험은 2014년 정부 조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환경부가 그해 7∼11월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기관에 맡겨 조사한 결과, 큰빗이끼벌레는 초속 10㎝ 이하의 느린 물살에 물에 잠긴 고사목 가지나 수초, 자갈 등이 있는 곳에서 가장 많이 번성했다.

 

비에는 매우 약했다. 하루 40∼50㎜ 이상 비가 내리면 70∼90%가량이 쓸려 나갔다.

 

그해 금강 세종보·공주보 주변에서 대량 번식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물에 잠긴 고사목이 널리 분포한 데다 보 설치와 큰빗이끼벌레가 발아하는 4, 5월의 적은 강수량이 겹쳐 유속이 느려진 점을 꼽았다.

 

북한강 수계 호수에서 이끼벌레류가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생태학 박사인 권오병 아썸 대표는 2014년 한 기고에서 파로호와 소양호, 의암호 등의 얕은 곳에서 10여년 전부터 큰빗이끼벌레를 여러 차례 발견했고, 현지 내수면 어업인들은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2008년 강원대 환경연구소 최재석 연구교수팀이 춘천시 연구용역으로 낸 중간 보고에서도 태형동물은 청평호를 제외한 의암호·춘천호·소양호 등에 광범위하게 서식했고, 주로 수면에서 수심 3m까지 몰려 있었다.

 

최 연구교수는 당시 “태형동물이 어류 서식처를 잠식하면서 어류의 활동을 방해하고 개체군의 크기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북한강 상류에 밀집한 댐의 수를 줄이는 것을 꼽았다.

 

큰빗이끼벌레가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진 것은 2014년이다. 그해 여름 4대강 유역에서 잇따라 출현하며 관심이 커지자 환경부는 12월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큰빗이끼벌레에 생태독성이나 유해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금강 세종보 인근에 현장과 비슷한 실험 생태계(메조코즘)를 만들어 성장 단계별 큰빗이끼벌레를 넣고 관찰했다. 현지 어종인 납자루와 밀어, 표준 시험종인 송사리 모두 생존에 영향이 없었다. 서식지 물에 물벼룩과 송사리를 넣은 급성 독성시험에서도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을 맡은 안광국 충남대 교수는 당시 브리핑에서 죽어가는 군체까지 넣어 시험했지만 어류에 이상이 없었고, 오히려 납자루 등이 큰빗이끼벌레를 먹이로 삼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독성이 문제가 되거나 위해생물로 지정해 관리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환경단체는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이 먹이인 녹조나 수중 미생물이 많이 살고 있다는 증거로, 수질 악화의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해 정체된 물에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대량 번식한 것은 4대강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고인 호수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죽어 썩을 때 나오는 암모니아를 두고도 해석이 갈렸다. 충남발전연구원 연구팀이 큰빗이끼벌레를 50ℓ 통에 넣고 진행한 실험실 실험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암모니아가 많이 나왔지만, 환경부는 자체 실험에서는 그 정도까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부 조사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사는 곳의 수질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 ‘좋음’(Ⅰb)부터 ‘약간 나쁨’(Ⅳ)까지 폭이 넓었다. 출현만으로 물이 더럽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물 흐름이 막혀 고인 곳에 몰린다는 점은 정부 조사와 환경단체의 주장이 일치하는 대목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는 태형동물문에 속하는 이끼벌레류다. 개충이 분비한 젤라틴질 기반 위에 수많은 작은 군체가 모여 럭비공 같은 덩어리를 이룬다. 현미경으로 보면 촉수를 펼친 모습이 머리빗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원래 북미 미시시피강 동쪽에 살던 종으로 유럽과 일본 등지로 퍼졌다. 국내에서는 1995년 11월부터 다목적댐 저수지 등에서 채집한 표본을 바탕으로 1998년 외래 유입종으로 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살아 있는 수초의 녹색 부분에는 붙지 않고 어망이나 양식장 시설물 같은 무생물에 달라붙어 산다. 해외에서는 이런 성질 때문에 취수장과 하수처리장 등에서 시설에 달라붙는 ‘오손’ 문제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강원과 충북, 충남, 전남 등지의 댐 내수면 양식장에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당시 환경운동연합이 꼽은 국내 최대 군체는 금강에서 발견된 2m39㎝ 크기였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는 수온이 약 15도 아래로 내려가면 한 달가량에 걸쳐 서서히 죽는다. 10월 중순에 접어든 만큼 수온이 더 내려가면 하트섬 일대 군체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연구진은 비가 오면 군체가 떠내려가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한꺼번에 죽는 일은 자연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체는 물에 떠다니는 휴면아를 남기고, 이 휴면아가 이듬해 4, 5월 다시 발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