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존재감이 있을까. 필요할 때 마치 예약을 해놓은 듯 한방을 터뜨린다. 이러니 슈퍼스타라 불릴 수밖에 없다. 두 말이 필요 없는 KIA 김도영 얘기다.
김도영이 2026년 가을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17일 전남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2026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1차전에서 솔로 홈런과 투런포 등 홈런 두 방 포함 4타점을 홀로 책임지며 KIA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김도영의 활약 속에 선발로 등판한 크리스 네일 역시 7이닝 92구를 던지며 4피안타 1볼넷으로 1실점만 내주는 호투를 펼치며 에이스 본능을 과시해 이날 경기의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KIA는 1차전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지난해까지 5전 3승제로 치러진 역대 17번의 준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로 진출한 확률은 70.6%(12차례)다. KIA와 LG는 18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임찬규(LG)와 애덤 올러(KIA)의 선발 투수 대결로 준PO 2차전을 벌인다.
경기는 치열했다. 선취점은 LG가 올렸다. 2회초 2사 뒤 호투하던 네일이 송찬의에게 가운데로 몰린 시속 135㎞짜리 슬러브 실투를 던지며 불의의 솔로포 일격을 당하자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KIA 해럴드 카스트로가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의 2구째 141㎞짜리 낮게 떨어지는 커터를 들어 올려 우측 담장 너머로 공을 보냈다. 이렇게 장군멍군으로 1-1 동점이 됐다.
3회초에는 LG가 박동원이 볼넷으로 선두타자 출루를 했지만 작전 실패로 인해 박동원이 혼자 2루로 뛰다 객사했다. 2사 뒤 홍창기와 박해민의 연속안타가 나와 아쉬운 주루였다. 그래도 2사 1, 2루의 기회에서 오스틴 딘이 타석에 나섰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오스틴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네일은 위기를 넘겼다.
1-1의 균형을 깬 것은 ‘슈퍼스타’ 김도영이었다. 지난 12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LG를 상대로 8회 결승 투런 홈런을 날리며 팀을 3위로 이끌었던 김도영은 4회말 1사 뒤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 톨허스트의 초구 149㎞ 직구를 벼락같이 받아쳤고 이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됐다. 홈런왕 김도영의 승부사 기질이 제대로 발휘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KIA가 5회말 1사 1, 2루의 기회를 하주석의 투수 앞 병살타로 살리지 못하자 6회초 곧바로 LG의 찬스가 왔다. 선두타자 박해민의 우중간 2루타에 이어 오스틴을 고의사구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LG도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문정빈의 삼진에 이어 문보경이 2루 땅볼 병살타에 그쳤고 네일은 포효했다.
이러자 KIA의 슈퍼스타가 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이번엔 LG 야수들의 실책이 만들어준 찬스를 살렸다. 6회말 선두타자 박재현의 평범한 뜬공을 LG 좌익수 송찬의가 놓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어 김선빈의 3루측 빠른 땅볼을 이번엔 3루수 문보경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무사 1, 3루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타석에는 김도영이 등장했다. LG는 선발 톨허스트를 내리고 우강훈을 올렸고 김도영은 우중간 깊숙한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KIA가 3-1로 달아나게 했다.
네일이 여러 위기에도 7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호투하면서 이제 승리를 지켜야 할 역할은 KIA 불펜으로 넘어갔다. 8회 등판한 성영탁이 2사를 잡은 뒤 좌타자 박해민을 상대하기 위해 좌투수 곽도규가 올라왔지만 안타를 내줬고 타석에는 오스틴이 나섰다. 결국 KIA는 마무리 전상현을 올려 아웃카운트 4개를 책임지게 했다. 전상현은 오스틴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문정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8회를 넘겼다.
여기에 화답하듯 8회말 슈퍼스타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바뀐 투수 장현식이 2사 뒤 김선빈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김도영이 타석에 나설 기회가 생긴 것이다. 김도영은 이 기회가 고맙다는 듯 장현식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6구째 133㎞짜리 포크볼을 받아쳐 중월 투런 아치를 그리며 5-1로 점수를 벌렸다. 9회말 LG가 송찬의의 2루타가 나오며 기회를 만들긴 했지만 득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