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만 잘 만들면 끝?…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고객 경험’에 꽂힌 이유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경쟁 무대가 메뉴에서 앱과 주문 편의, 브랜드 경험으로 넓어지고 있다. 익숙한 대표 메뉴를 다시 손보는 한편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신제품을 내놓고, 앱 하나에서 주문부터 멤버십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고객 접점도 바꾸는 식이다.

 

롯데GRS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한 ‘2026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에서 패스트푸드 부문 1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KCSI는 1992년 시작된 고객만족도 조사로 올해 35회째다.

 

롯데리아가 올해 가장 힘을 준 부분은 기존 대표 메뉴를 다시 키우는 작업이었다.

 

지난 7월 새우 패티의 식감과 볼륨을 키운 ‘리아 두툼새우’를 출시했고, 9월에는 불고기버거에 매운맛을 더한 ‘리아 불고기 레드’를 선보였다. 두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각각 100만개와 50만개가 팔렸다. 리아 두툼새우는 목표 판매량의 242%를 기록했다.

 

외부 브랜드와 손잡는 방식도 늘렸다. 유니클로의 커스텀 티셔츠 서비스 ‘UTme!’와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했고, 매운 돈가스로 알려진 온정돈까스와 협업해 ‘디지게 매운 돈까스’를 내놨다. 기존 햄버거 고객 밖으로 브랜드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다.

 

매장에서 주문하는 과정도 손봤다. 공식 앱 ‘롯데잇츠’의 모바일·웹 접근성 인증을 받고 UI·UX를 개편해 주문과 결제 단계를 줄였다. 메뉴를 고르는 순간뿐 아니라 주문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까지 고객 만족의 영역으로 본 것이다.

 

경쟁 브랜드도 방향은 비슷하다. 다만 각자 강점을 살리는 방식이 다르다.

 

한국맥도날드는 지역 농산물을 신메뉴로 연결하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브랜드 차별화 수단으로 키우고 있다.

 

2021년 창녕 갈릭 버거를 시작으로 보성녹돈 버거,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맛 버거와 음료 누적 판매량은 3000만개를 넘어섰고, 국내산 식재료 사용량도 1000톤을 넘었다.

 

올해도 충주 찰옥수수를 활용한 ‘충주 찰옥수수 치즈 크로켓 버거’와 홍천 쌀을 활용한 ‘홍천 우리쌀 칩’을 내놨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와 협업까지 확대했다. 현재는 진주 고추를 활용한 크림치즈 비프·치킨 버거와 머핀 등도 판매하고 있다.

 

매장 품질 관리도 고객 경험의 한 축으로 두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전국 약 4200명의 그릴마스터 가운데 결승 진출자를 뽑아 빅맥과 쿼터파운더 치즈 등 대표 메뉴의 맛과 온도, 외형, 위생 기준 등을 평가하는 ‘2026 그릴마스터 콘테스트’를 열었다. 신메뉴뿐 아니라 어느 매장에서 사 먹더라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버거킹은 디지털 주문과 멤버십을 한데 묶는 방식으로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버거킹 앱에서는 픽업 주문과 배달 주문, 멤버십 적립, 할인 쿠폰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앱을 전면 개편하면서 주소 저장, 장바구니와 마이페이지 접근, 맞춤 할인 쿠폰, 멤버십 등급 확인, 자주 주문한 메뉴 재주문 등의 기능을 넣었다. 원하는 재료를 선택해 버거를 주문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메뉴에서는 와퍼를 중심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콰트로페퍼큐브스테이크와퍼, 스모크 비프립 와퍼, 보일링 씨푸드 버거, 트러플 머쉬룸 와퍼 등을 선보였다. 대표 제품인 와퍼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맛과 토핑을 바꾸는 방식이다.

 

롯데리아의 KCSI 14년 연속 1위는 한 브랜드의 수상 기록이지만, 그 배경에는 패스트푸드 시장의 달라진 경쟁 방식이 깔려 있다.

 

예전에는 신제품 하나가 흥행하면 됐다. 지금은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하고 매장에서 받아 먹는 과정, 앱에서 쿠폰을 쓰고 다시 주문하는 경험까지 브랜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롯데리아는 불고기·새우라는 오래된 대표 메뉴를 다시 키우고 있고, 맥도날드는 지역 식재료를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 버거킹은 앱과 멤버십을 중심으로 주문 경험을 묶는다.

 

결국 버거 한 개의 맛만으로 승부하던 시장은 지나가고 있다. 소비자가 얼마나 편하게 주문하고,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어 주느냐까지 경쟁의 일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