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특급호텔 뷔페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토마호크와 랍스터 같은 고급 식재료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와인 무제한 제공부터 라이브 조리, 시즌 한정 디저트, 사진 촬영까지 식사 전후 경험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는 방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은 대표 올데이 다이닝 더 파크뷰를 오는 12월 한 달간 연말 체제로 전환한다. 올해 콘셉트는 뉴욕이다. 메뉴부터 서비스, 공간 연출까지 손본다.
12월 1일부터 17일까지는 미들 시즌, 18일부터 31일까지는 하이 시즌으로 나눠 운영한다. 시즌에 따라 메뉴와 서비스 수준을 달리해 송년 모임과 크리스마스 등 연말 수요를 세분화해 받겠다는 전략이다.
대표 메뉴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다. 더 파크뷰 셰프가 만든 시그니처 소스를 곁들이고 프렌치토스트, 비프 슬라이더 등을 함께 선보인다. 컵케이크와 바나나 푸딩, 뉴욕 치즈케이크, 크로핀, 다크 초콜릿 아이스크림, 쿠키 등 디저트에도 뉴욕 콘셉트를 입혔다.
일식과 중식, 딤섬도 보강한다. 아마에비 스시와 아카미 쯔께 스시를 확대하고 랍스터 새우 샤오마이 등 특선 딤섬을 추가한다. 조리 과정을 손님이 직접 볼 수 있는 라이브 퍼포먼스도 강화한다.
18일부터 시작되는 하이 시즌에는 메뉴가 한 단계 더 올라간다. 토마호크와 함께 마늘소스 랍스터찜, 트러플 소룡포, 랍스터 새우부추 교자 등을 내놓는다. 웨스턴 섹션에는 비스크 소스를 곁들인 쉬림프 그릿츠와 프라이드 오이스터 트러플 마요, 꿀 대구 스테이크 등이 추가된다.
주류도 연말 경쟁의 한 축이다. 미들 시즌 디너에는 소믈리에가 선정한 레드 와인을 무제한 제공하고, 하이 시즌에는 화이트 와인까지 추가한다.
먹는 것에서 끝나지도 않는다. 레스토랑 내 더 파크 공간에는 은하수 조명과 이미지 라이팅을 설치해 뉴욕의 연말 분위기를 구현한다. 하이 시즌에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해 액자와 함께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특급호텔들이 연말 식음 상품에 이처럼 힘을 싣는 것은 더 파크뷰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호텔 뷔페는 이미 고급 식재료와 즉석 조리를 넘어 특정 테마와 체험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더 마켓 키친은 지난해 연말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 11월 21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홀리데이 스페셜 뷔페를 운영하면서 프라임 립과 크리스마스 햄, 한우 육회, 킹크랩 등을 내놨다. 12월 24·25·31일에는 캐비어 토로 스시와 트러플 스테이크, 중식 바비큐 스테이션을 추가했다. 당시 가격은 1인당 17만9000원에서 특별일 기준 21만5000원까지 올라갔다.
포시즌스는 올해도 '보는 뷔페'를 강화하고 있다. 더 마켓 키친은 목요일 미트 러버스 나이트, 금요일 씨푸드 나이트처럼 요일별 테마를 운영하면서 라이브 퍼포먼스와 주류 프리 플로우를 결합했다. 비프 웰링턴과 한우 육회, 베이징덕 등을 조리 과정과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음식 종류를 늘리기보다 고객이 현장에서 체감할 요소를 키우는 전략이다.
롯데호텔도 비슷한 방향이다. 더그랜드롯데 서울 라세느는 아시안·일식·양식·누들·코리안 그릴·디저트 등 8개 라이브 섹션에서 200여 가지 요리를 즉석에서 제공한다. 올해 기준 성인 가격은 평일 점심 17만8000원, 평일 저녁과 주말 점심·저녁은 20만3000원이다. 호텔 측은 12월을 별도 특별 운영 기간으로 두고 프로모션에 따라 가격과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아리아 역시 10개 라이브 스테이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성인 6인 이상 단체 고객에게 저녁 2부 15% 할인과 함께 인원에 따라 레드 와인 1~2병을 제공했다. 명절이나 연말처럼 모임이 집중되는 시기에 음식뿐 아니라 주류와 단체 혜택을 묶는 방식이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호텔 뷔페가 더 이상 음식 가짓수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급 식재료는 기본이 됐고, 즉석 조리와 주류, 특정 도시나 계절을 활용한 콘셉트, 사진이나 공연 같은 체험 요소까지 상품에 들어오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수요가 몰리는 12월에는 평소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대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차이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됐다. 같은 뷔페 안에서도 일반 시즌과 크리스마스 전후 특별 기간을 나눠 메뉴와 가격을 달리하는 방식도 자리 잡았다.
서울신라호텔 역시 이번 더 파크뷰 개편에 맞춰 12월 가격을 제한적으로 조정한다. 호텔 측은 메뉴와 서비스, 공간 연출, 이벤트 전반의 혜택을 확대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올 연말 특급호텔 뷔페의 승부처는 '얼마나 많이 차려놓느냐'에서 '그 가격에 무엇을 더 경험하게 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토마호크와 랍스터를 먹고 와인을 마시는 데 이어, 눈앞의 조리 장면을 보고 연말 분위기의 공간에서 사진까지 남기는 식이다. 20만원 안팎으로 올라선 호텔 뷔페 가격을 납득시키기 위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