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쓸어가는 K굿즈…편의점 가방 30만개 팔리자 한복 입은 헬로키티까지

편의점에서 장을 볼 때 쓰던 리유저블백이 소장용 굿즈로 변하고 있다. 인기 캐릭터를 입힌 한정판이 나오면 품절이 이어지고, 한국적인 디자인을 더한 상품은 외국인 관광객의 기념품 수요까지 흡수한다.

 

세븐일레븐 제공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가을 시즌을 맞아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 헬로키티를 활용한 '헬로키티색동리유저블백'과 '헬로키티블랙리유저블백'을 새롭게 선보였다.

 

색동리유저블백에는 색동저고리를 입은 헬로키티를 넣었다. 한복에서 자주 쓰는 색감을 활용해 한국적인 느낌을 살렸다. 블랙리유저블백은 검은색과 은색 헬로키티를 앞세워 2030세대가 선호하는 모노크롬 디자인을 적용했다. 두 제품 모두 스트랩에는 레터링 자수가 들어갔다.

 

이번 신상품은 앞서 나온 산리오캐릭터즈 리유저블백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한 제품이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5월부터 순차적으로 내놓은 산리오캐릭터즈 리유저블백 4종은 누적 판매량 30만개를 넘어섰다. 일부 제품은 매장에 들어오는 대로 팔려나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재고를 확인하는 방법까지 공유됐다.

 

실제로 세븐일레븐 앱 '세븐앱'에서 지난 5월 이후 리유저블백 재고찾기 검색량은 50만건을 돌파했다. 지난달 말 먼저 판매를 시작한 신규 2종 역시 세븐앱 당일픽업 상품 순위 3위권에 올랐다.

 

캐릭터 가방 하나가 주변 상품 매출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세븐일레븐 팬시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배로 늘었다. 외국인 고객 매출은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구매 고객 가운데서는 30~40대 여성이 절반을 차지했다.

 

리유저블백은 원래 비닐봉투 등을 여러 번 사용하는 대체재 성격이 강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볍고 수납공간이 넓다는 실용성에 캐릭터와 브랜드 디자인을 결합하면서 패션 소품에 가까워지고 있다.

 

유통업계가 여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캐릭터 팬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고객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도 산리오캐릭터즈에 한국 색채를 입혔다.

 

올리브영은 지난 8월 산리오캐릭터즈와 손잡고 81개 브랜드, 321종 제품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업을 시작했다. 지역과 한국의 생활문화를 접목한 자체 비주얼을 개발하고 외국인 방문이 많은 경주와 안국 등에서는 '한복 헬로키티'를 선보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유통업계의 핵심 고객으로 떠오른 점도 이런 상품 확대를 뒷받침한다.

 

올리브영의 올해 1~8월 국내 오프라인 매장 외국인 구매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3개월 빨리 1조원에 도달했다. 전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에서 올해 8월 33%까지 커졌다.

 

CU도 편의점을 K관광 상품 판매처로 바꾸고 있다.

 

CU는 한복 마그넷과 한국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인형 키링 등을 판매하는 '관광상품특화점'을 전국 약 500곳까지 확대했다. 연내 300여곳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라면이나 바나나우유 같은 K푸드를 파는 데서 벗어나 편의점에서 들고 갈 기념품까지 판매하려는 전략이다.

 

캐릭터 굿즈 자체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2030세대도 늘고 있다.

 

CU가 지난 5월 어린이날 시즌 캐릭터 상품 구매 연령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33.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8.3%로 뒤를 이었다. 어린이용으로 여겨졌던 포켓몬 카드와 캐릭터 상품의 핵심 소비층이 성인으로 확대된 것이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서울 명동역점의 경우 매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60~70% 수준으로 파악됐다. 기념품과 화장품, 캐릭터 굿즈 등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 1인당 평균 구매액도 일반 매장의 2~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는 올해에도 톰과 제리, 산리오캐릭터즈 등을 활용한 '캐릭터 빅시즌'을 별도 기획전으로 운영했다. 캐릭터 상품이 생활용품 매장의 한정 기획상품군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패션 플랫폼에서도 캐릭터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결산에서 자사에서 발매한 굿즈와 키링 등 캐릭터 상품 수가 전년 대비 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캐릭터가 티셔츠나 잠옷을 넘어 가방과 키링 등 패션 액세서리로 확산한 것이 특징이다.

 

결국 유통업체들이 파는 것은 가방이나 키링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친숙한 글로벌 캐릭터에 한복과 색동, 지역 이미지를 입히고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더하면서 관광객이 가져갈 수 있는 'K굿즈'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리유저블백 30만개 판매와 재고검색 50만건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장을 담기 위해 사던 가방이 이제는 일부 소비자에게 매장을 찾아다니며 구하는 수집품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