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덴마크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다.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덴마크 학생들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15세 청소년들의 문해력(文解力)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교육 위기’로 규정한 가운데 총리가 몸소 ‘책 읽기’ 권장 운동의 선봉에 나서 눈길을 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안타깝게도 요즘은 예전처럼 좋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PISA 결과를 보면 이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며 “슬프게도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PISA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 아래 3년마다 한 번 회원국들의 15세 학생들을 상대로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을 측정하는 평가를 뜻한다. 결과는 각국 정부로 보내져 교육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쓰인다.
2022년 이후 3년 만인 2025년 실시된 PISA 결과가 지난 9월 공개됐다. 덴마크의 경우 읽기 부문이 460점을 기록해 2022년보다 29점이나 떨어졌다. 이는 수학 및 과학 부문의 점수 하락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급락’이라고 부를 만하다. 무엇보다 유럽 국가들 평균보다 낮은 수치라는 점에서 덴마크 교육계가 받은 충격이 컸다. 전문가들은 “현재 15세인 덴마크 청소년의 읽기 능력이 2015년 당시 13세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퇴보한 셈”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의 SNS 방문자들을 향해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여러분에게 의미가 있었던 책, 여러분에게 영감을 준 책을 널리 공유해 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 공간에 어린이·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좋은 책을 소개하고 서로에게 일독을 권장하는 일종의 ‘북클럽’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프레데릭센 총리 본인이 1호로 ‘앵무새 죽이기’(1960)을 추천했다. 이는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 하퍼 리(1926∼2016)가 쓴 장편소설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명작 중의 명작으로 꼽힌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 작품은 인간의 근본적인 능력인 ‘공감’, 즉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을 탐구한다”며 “또 인종 문제, 차별, 계급적 격차에 대해서도 다룬다”고 평가했다.
독서 캠페인을 확대하기 위해 프레데릭센 총리는 덴마크의 유명 인사 4명을 콕 집어 “저에 이어서 계속 좋은 책들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우 니콜라이 코스테르발다우(56)와 엘렌 힐링쇠(59), 언론인 겸 추리소설 작가 사라 블레델(62), 방송 진행자 리케 요란손(40)이 그들이다. 총리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 같은 책 읽기 권장 운동이 덴마크 학생들의 문해력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