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뜻의 고사성어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던진 말이다.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는 추 지사 발언이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의 소방관 순직으로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정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추 도지사는 말의 본뜻이 그게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 아니라 그 말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도리다”라고 말했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 현장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직후 소방직 공무원들이 사과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일 때만해도 침묵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부천 인쇄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여론의 화살이 쏟아지자 “해당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추 지사는 그러나 해명 과정도 깔끔하지 못했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다”며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사과를 바라시니까 사과한다는 거냐’고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포문을 퍼부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추 지사가 ‘소방은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과를 하면서도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 ‘표현상의 실수였다’며 해명부터 앞세웠다”며 “재정이 어렵다고 소방을 골칫거리로 만들고,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하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하는 도민은 답답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민의 골칫거리를 해결하기는 커녕 스스로 도민의 골칫거리가 된 도지사, 이것이 추미애식 도정인가”라며 “추 지사는 더 이상 해명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변인,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추 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리 사과’ 했지만 파문이 잦아들지 않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공식 사과했다.
김 대표는 17일 언론 공지를 통해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에게 당을 대신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사자에게도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추 지사의 ‘거친 입’이 도마에 오른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로 추 지사는 자신의 고집을 좀처럼 꺾지 않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추 지사가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을 당시 법사위는 여야 충돌의 최전선 이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의원과 퇴정 지시 등을 놓고 계속 공방이 일자 민주당 소속 김영진 의원은 “추 의원의 3차 대전”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1차 대전은 추미애-윤석열, 2차 대전은 추미애-한동훈, 지금 3차 대전은 추미애-나경원”이라며 “간사는 각 당이 추천하는 사람을 임명하는 게 국회 운영의 기본 틀인데 본질적 문제가 아닌 것으로 거듭 파행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추 위원장은 나 의원과 입씨름을 벌이는 와중에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라고 맞받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은 “저급한 성별 희화화이자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한 치욕적인 명예훼손이자 모독”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같은 추 지사의 강경 행보는 민주당 내 ‘개딸’로 표현되는 강성 당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강성 당원들이 공천 등 당내 선거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추 지사는 ‘권력과 각을 세우고 싸우는 전사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추 지사의 ‘거친 입’이 야당이 아니라 여당 내부에 오히려 피해를 입히는 좌충우돌로 비쳐지면서 속을 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