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반도체 뒤흔드는 美 빅테크들… 中 메모리 ‘대항마’ 눈독

초호황 메모리 반도체 어디로

애플·테슬라, 美 정부에 잇단 노크
“모든 선택지 열려 있다” 中 띄우기
한국 정부·업계 철저 대비 목소리

코어위브·오러클 등 눈덩이 빚 논란
AI 인프라 기업들 재무구조 리스크
앤트로픽 등 매출 증가 둔화도 불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례없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향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요인으로 미국 거대기술기업(빅테크)이 지목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빅테크는 부실한 재무구조와 매출 감소로 ‘AI 거품론’의 진앙지로 전락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소비 기업인 이들이 흔들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일찍 끝날 것이란 우려가 피어오르고 있다. 여기에 애플과 테슬라를 포함한 완제품 제조업체들은 한국산 메모리가 비싸다며, 중국산 메모리 제품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부스 모습. 뉴시스·뉴스1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AI 인프라 기업인 코어위브와 오러클은 이익 대비 차입금이 급등하며 재무위기를 겪고 있다. 두 회사 모두 AI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클라우드 서버’를 공급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다. 막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AI 서버를 공급하려면 서버용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부터 서버용 컴퓨터를 계속 사들인 배경이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버용 컴퓨터 가격이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서버 구축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매출을 넘어서면서 자체 자금만으로는 서버를 짓지 못하자 클라우드 업체들은 빚을 내 투자하고 있다.

 

코어위브와 오러클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무 상태가 열악하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코어위브는 현재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코어위브의 향후 5년 내 부도 가능성은 64%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사채 수익률도 연간 15%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이 연간 15%의 고수익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회사의 채권을 사들이지 않을 정도로 코어위브의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오러클의 처지도 비슷하다. 오러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00bp(베이시스포인트)에 근접했다. 10월 둘째 주에만 31bp 상승했다. CDS는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손실을 보상받기 위한 신용파생상품이다. 프리미엄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평가하는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AI 인프라 기업은 메모리 반도체의 최종 소비자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칩을 만들면, 이를 가공해 엔비디아와 AMD가 각종 메모리 제품을 만들고, 이를 AI 인프라 기업과 소프트웨어 업체에 판매한다. 최종 소비자인 인프라 기업이 흔들리면 이는 곧 국내 메모리 반도체에도 직격타가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닷컴버블처럼 AI 거품이 순식간에 꺼질 것이란 우려가 국내 반도체 비관론의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I 소프트웨어 업체 앤트로픽의 매출 둔화도 국내 반도체 비관론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AI 프로그램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올해 3분기 전 분기 대비 매출 성장률이 45%에 그쳤다.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갈 때 약 140%였던 매출 증가율이 한 분기 만에 3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매출이 한 분기 만에 45% 늘어난 것은 여전히 빠른 성장 속도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성장 속도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앤트로픽의 메모리 반도체 구입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 매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애플과 테슬라를 포함한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한국 메모리 산업을 맹추격하는 중국 업체 키우기에 나섰다. 본인들이 원하는 가격에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살 수 없으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한 수 아래인 중국 업체를 그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모든 선택지를 탁자 위에 올려둬야 한다는 게 우리의 근본적인 생각”이라며 창신메모리(CXMT)를 포함한 중국 메모리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실제로 애플은 현재 CXMT의 메모리 칩을 시험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8일 “중국은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하며 중국 반도체 산업 띄우기에 나섰다.

현재 두 회사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메모리 탑재를 반대해 실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중 관계 개선으로 조그만 틈이라도 열리면 언제든지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의 세계 반도체 패권 지위도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