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공식 테이블에 올린 뒤 실제 소추안 발의 여부를 놓고 당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론이 힘을 얻고 조국혁신당까지 즉각적인 행동을 압박하고 있지만, 원내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인용 가능성과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과 여권 내부 갈등 속에서 탄핵이 지지층 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오히려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존재감만 키울 수 있다는 경계가 맞서는 모습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당 공식 유튜브에 출연해 “이미 탄핵의 ‘ㅌ’ 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안과 방법을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까지만 해도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직접적인 탄핵 언급은 삼갔지만, 14일 “모든 방안을 실질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탄핵까지 공식 논의 대상으로 올린 것이다.
◆공식화 뒤 거세진 ‘결단’ 압박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가능성까지 열어놓으면서 당내 강경론은 한층 힘을 받고 있다. 그동안 조 대법원장 탄핵은 법사위 소속 의원 등 강경파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지만 김 대표의 발언 이후 당 차원의 선택지로 올라섰다. 조계원 대변인은 “의원 다수 분위기는 탄핵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용우 대변인도 “사퇴 촉구를 넘어서는 기류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법사위 소속 김기표 의원은 “탄핵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고, 박균택 의원도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둘러싼 조 대법원장의 입장과 국정감사 증인 선서 문제 등을 들어 “탄핵 사유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청(친정청래)계 최민희 최고의원도 “조희대는 곧 탄핵당할 것, 이게 국민의 뜻”이라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민주당 밖에서는 오히려 더 빠른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를 향해 “‘논의 시작’이나 ‘공식화’ 등 모호한 메시지 발신을 멈추고 국회 본회의 탄핵안 표결 날짜까지 분명히 내놓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당 안팎에서는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과 최근 이어진 내부 갈등 속에서 탄핵론이 부상한 정치적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과 신천지 집단 당원 가입 의혹 등을 놓고 내부 충돌이 이어진 상황에서 사법개혁 이슈가 범여권을 다시 묶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정감사 이후 추진을 예고한 ‘조작 기소 특검법’과 함께 조 대법원장 문제를 전면에 세운 것도 이런 해석을 낳고 있다.
◆역풍 부담… “조희대만 키울 수도”
실제 탄핵소추안 발의로 직행하기에는 당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조 대법원장이 정년을 맞는 내년 6월까지 임기가 8개월가량 남은 데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처리하더라도 헌재가 인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가장 큰 부담은 여론이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충분한 여론 공감대 없이 밀어붙일 경우 여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탄핵 공세가 오히려 조 대법원장을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사위 소속 김남희 의원은 지난 13일 BBS 라디오에서 “탄핵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조희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효과와 같은 문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와 충돌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힌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조 대법원장에게 반사이익을 안길 가능성까지 경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의 신중론을 오히려 공격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1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탄핵할지 말지 본인들의 정치적 실익만 재면서 혼란을 장기화하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도 “민주당의 목표는 대법원장 ‘직무정지’”라며 “한 번 밀어붙여 보라. 그날이 이재명 대통령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