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 파장이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당을 대신해 사과하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등 여권 수뇌부가 수습에 나섰다. 추 지사가 뒤늦게 직접 사과했지만 당원·지지자 사이에서 징계 요구까지 나왔고, 당내에서 민심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의 사과 방식까지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 지사의 직접 사과에 앞서 당 차원의 사과부터 내놨다. 이용우 대변인이 16일 “상처받은 소방공무원과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데 이어 이주희 원내대변인도 재차 사과했다. 김 대표는 17일 고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자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께 당을 대신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추 지사에게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적절한 발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에 합당한 예우를 다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같은 날 김 소방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영정 앞에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방명록에는 “당신께서 지켜주신 안전한 일상 속에서 국민들은 님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김 소방위의 딸이 7살이라는 말을 듣고 한동안 침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엑스(X)에도 “고인과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참으로 아프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추 지사는 김 소방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한 뒤 국정감사 발언은 표현상의 실수였고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며 사과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별도 사과문을 올렸다. 논란은 추 지사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지방재정 부담을 설명하며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정성호 의원은 추 지사의 빈소 사과 직후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뜻의 “구화지문 설참신도”를 인용하며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추 지사 책임론이 번졌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추 지사 비상징계 연대청원서’가 온라인에 공유됐다. 청원인들은 ‘재정 빨대’ 발언과 복지예산 삭감, 관사·관용차,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사 관련 비판 등을 징계 사유로 들며 중앙당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추 지사가 빈소와 SNS로 두 차례 사과한 만큼 “이 문제는 이렇게 매듭짓고 중요한 것은 소방 재정”이라며 향후 조치에 말을 아꼈다. 그러나 추 지사 사과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민주당 서영석 경기도당위원장은 이날 김 대표 조문에 앞서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경기도당위원장으로서, 경기도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추 지사께도 요청드린다. 상처받으신 소방공무원과 유가족, 도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김 소방위 빈소를 방문해 “이번 과정에서 민주당 대표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이런 시련을 당하신 데 (제가) 국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죄인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의 사과 표현을 고리로 사퇴 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18일 SNS에서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을 겨냥해 “닷새 만에 등 떠밀려 내놓은 사과”라며 “‘사퇴’를 바라시니까 ‘사퇴’하라”고 했다. 12억원대 관사와 새 관용차 구입 등을 거론하며 “진짜 ‘재정 빨대’는 추미애 본인”이라고도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남이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추 지사가 사과하면서 의도와 표현을 먼저 해명한 점을 문제 삼으며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장 대표와 정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김 소방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장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대원들의 안전은 국가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명록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고귀한 희생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