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해협 안보 기여 방안으로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작전 범위를 오만만 등 호르무즈해협 인근으로 넓힌 뒤 이란 전쟁이 끝나면 국제사회와 함께 호르무즈해협 안정화 등에 참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6일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파견 동의안에 명시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동의안에 따라서 2026년 12월31일 임무가 종료될 예정”이라며 “정부는 청해부대 파견 동의안의 만료 이전에 연장 동의안 제출 검토 중이나 세부 내용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대(對)해적 작전을 수행하며 선박 안전호송과 안전항행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서 임무를 지속해 왔다. 국방부는 이 같은 관례를 감안해 내년 임무를 위한 연장 동의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모양새다.
기존에는 파병 연장 과정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었지만, 올해는 다른 국면이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 일대 선박 안전이 계속 위협받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병 압박도 최근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파병 연장 동의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 안팎에선 청해부대의 활동반경을 호르무즈해협과 맞닿은 오만만 일대까지 확대하고, 지역 정세가 안정되면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호르무즈해협과 가까운 해역에서 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파견된 구축함 1척과 해상작전헬기 1대, 고속단정 외에 공중감시 정찰 능력 강화를 위해 P-8A 해상초계기 1대를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에 파병을 하는 것은 전쟁 참여로 비칠 소지가 있다. 호르무즈파병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국내에서 우려와 논란이 증폭됐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은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서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며 청해부대를 비중 있게 거론했다. 또한 외국군 지휘하에 우리 장병들을 배속시켜서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미국과 함께 전투를 수행하며 참전하는 방식 대신 독자적 판단에 따라 기여 방안을 결정해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아덴만 일대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를 강화하는 방안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예멘 후티 반군과 정부군 간 교전 격화로 호르무즈해협 우회 항로로 쓰이는 바브엘만데브해협과 인접한 홍해 일대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상선 보호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청해부대 강화를 통한 기여의 효용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청해부대는 홍해를 통과한 한국 유조선에 대해 원거리에서 여러 차례 호송 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 역할 강화를 통해 상선 보호, 에너지 수급선 확보 등 국익 보호와 해상교통로 유지라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기여를 함께 강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청해부대가 호르무즈해협과 가까운 곳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할 시기는 이란 전쟁이 확실하게 끝났다는 판단이 내려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해협 일대 이란 측 해안에는 대함미사일과 자폭드론 등의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군이 이를 제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호르무즈해협 및 오만만 일대에서 이란 대함미사일과 자폭드론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뒤에 청해부대의 활동 반경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청해부대 전력 강화와 활동 반경 확대에 대해 ‘우회 파병’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될 수도 있다. 청해부대의 주력인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은 한국 해군의 핵심 전투함이다. 청해부대 활동 반경을 오만만 일대까지 넓히는 것은 이 대통령이 선을 그은 전쟁 개입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쏘는 등 해상 위협 수준을 끌어올리는 국면에서 북한 해역을 감시할 해상초계기를 아덴만 일대로 차출할 경우 한반도 방위태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