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프로야구 LG 외야수 이재원의 별명은 ‘잠실 빅보이’다. 레전드 이대호의 별명 중 하나였던 ‘빅보이’에서 LG의 홈인 잠실을 붙인 것이다. 1m92의 장신에 105kg의 체중까지 당당한 신체 조건을 자랑하는 이재원의 장점은 단연 파워다. 제대로 걸리면 잠실구장도 그냥 넘긴다. 지난 4일 KIA전에서는 시라카와를 상대로 무려 타구속도 191.9km를 기록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나오지 않은 수치다. 올 시즌 전 세계에서 가장 타구 속도가 빠른 타구를 날린 게 이재원이다. 그만큼 파워 하나는 ‘진퉁’이다.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주전 좌익수 김현수를 잃은 LG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재원에게 외야 한 자리를 맡기려고 했으나 이재원은 컨택트 능력이 떨어졌다. 그 자리는 송찬의가 주전을 꿰찼다. 이재원의 올 시즌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44(127타수 44안타) 9홈런 27타점. 장타율은 0.512로 순장타율은 0.268에 달한다.
이재원은 지난 17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회 1사 후 홍창기 타석에서 대타로 등장해 성영탁의 커터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 이재원은 6번 우익수로 전격 선발 출장했다. 1차전에서 단 한 점에 그쳐 무기력했던 타선에 파워를 더하기 위한 염경엽 감독의 복안이었다. 대신 빠진 건 ‘출루머신’ 홍창기였다. 홈런은 거의 기대할 수 없지만, 출루 능력이 출중한 홍창기를 빼고 컨택트 능력은 떨어지지만 일발장타가 매력적인 이재원의 투입. 승부수였다.
그러나 이재원의 방망이는 이날 연신 허공을 갈랐다. 4타석 4삼진. 2회 2사 후 맞이한 첫 타석에서 올러의 스위퍼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5회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올러의 바깥쪽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6회 2사 1루에서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위퍼에 또 다시 헛스윙 삼진. 이재원 카드는 대실패였다.
거포란 앞선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했어도 대포 한 방으로 만회할 수 있는 법. 이재원에게 기회가 왔다. LG가 8회 한 점을 추가하며 3-6으로 따라붙었고, 2사 1,2루 상황에서 이재원이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 하나면 동점이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KIA 벤치도 움직였다. 마무리 전상현 출격. 전날 1차전에서도 1.1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한 전상현에게 이날도 4아웃 세이브를 맡긴 것이다.
초구 슬라이더가 이재원에겐 유일한 기회였다. 높은 코스로 실투성으로 들어왔다. 이재원도 당연히 배트를 냈지만, 빗맞고 말았다. 파울. 이재원의 장타 능력을 의식한 전상현은 2구째 슬라이더는 ABS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이재원은 이를 골라낼 능력이 없었다. 헛스윙. 0B-2S에 몰렸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전상현은 더더욱 정면 승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3구째 슬라이더는 2구보다 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게 던졌다. 심지어 포수도 바깥쪽으로 아예 빠져앉았다. 그러나 이재원의 방망이는 또 다시 나왔고, 맞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헛스윙 삼진. 4타석 4삼진이 아로새겨지는 순간이었다.
더그아웃에서 9회초 공격을 지켜보던 이재원은 눈물을 흘렸다. 분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이 이런 큰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게 서글퍼서였을까. 어쨌든 이재원의 삼진으로 LG는 더 이상 추격 동력을 잃었다. 9회 세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3-6 패배가 확정됐다.
광주 홈팬들 앞에서 1,2차전을 싹쓸이한 KIA는 77.8%의 확률을 잡았다. 역대 5전 3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이 9차례 중 7차례 플레이오프에 오른 바 있다. 반면 LG는 22.2%의 확률이다. 아직 가능성은 있다.
경기 뒤 염 감독은 이재원에 대해 “지금은 시즌 중이고 이재원도 경험하는 단계”라며 “시즌 후 보완할 점을 마무리 훈련부터 집중적으로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