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우울증 심리치료, 아기 뇌 발달·정서 조절과 연관

美 연구팀 “심리치료 받은 엄마 아기, 해마 발달 양상 달라”
“엄마의 정신건강 지원, 자녀의 초기 발달에도 도움 가능성”
어머니의 심리치료 여부에 따라 출생 후 아기의 해마 발달 양상이 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중 우울 증상이 높은 어머니가 심리치료를 받으면 태어난 아기의 뇌 발달 양상과 초기 정서 조절 능력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어머니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것이 자녀의 초기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 앤슈츠 콜로라도대와 덴버대 등의 연구팀은 임신 중 우울 증상이 높은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어머니의 심리치료 여부에 따라 출생 후 아기의 해마 발달 양상이 달랐다고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밝혔다.

 

해마는 기억과 감정 처리 등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연구팀은 두 집단의 아기에게서 해마 측정값에 5% 차이가 나타났으며, 심리치료를 받은 어머니의 아기에게서 관찰된 해마의 특성이 생후 6개월 시점의 더 나은 정서 조절 능력을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임신 중 어머니의 우울증과 자녀의 발달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본 기존 관찰 연구와 달리, 심리치료를 받은 집단과 일반적인 산과 진료를 받은 집단을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케어 프로젝트(Care Project)’라는 무작위 대조시험을 통해 임신 중 슬픔이나 우울감을 겪는 어머니를 지원하는 것이 어머니와 아기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참가자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 집단은 대인관계와 사회적 지지에 초점을 맞춘 심리치료를 매주 50분씩 총 8회 받았다. 다른 집단은 일반적인 산과 진료와 함께 임신 중 우울증에 관한 심리교육을 한 차례 받고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 정보를 안내받았다.

 

출생 후 아기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어머니의 심리치료 여부에 따라 해마 발달 양상에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해마의 특성이 생후 6개월 아기의 정서 조절 능력과도 관련된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덴버대 엘리시아 데이비스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임신 중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하면 영아의 뇌가 더 건강한 발달 경로를 밟도록 도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임신기 어머니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것은 자녀의 건강에도 투자하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신 중 우울증은 임신부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임신부의 20∼4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기존 연구에서는 임신 중 어머니의 우울증이 자녀의 정서·행동 문제와 정신건강 문제 위험 증가에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어머니의 우울증과 자녀의 발달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어머니가 치료받을 경우 자녀의 발달 결과도 달라지는지 확인할 실험적 근거는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임신기를 어머니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중요한 시기로 볼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임신 진료 과정에서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 어머니의 정신적 안녕과 자녀의 건강한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임신 중 우울증 치료가 자녀의 장기적인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마에서 관찰된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적 특성을 의미하는지, 초기 정서 조절 능력과의 관련성이 성장 이후에도 이어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