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역시 가을야구에서는 에이스 맞대결이 제 맛이다. 드류 라스무센과 파커 메식 간의 에이스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탬파베이 레이스가 6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탬파베이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레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26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4승제) 5차전에서 라스무센의 7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3-1로 이겼다. 3차전까지 1승2패로 끌려가던 탬파베이는 4,5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시리즈 전적을 3승2패로 만들어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제 홈인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로 돌아가 6,7차전을 치르는 탬파베이는 2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2020년 이후 6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다. 2008년과 2020년에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게 막혀 준우승에 그쳤던 탬파베이는 1998년 창단 이후 28년 만의 팀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제패에 도전한다.
반면 194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77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클리블랜드는 4,5차전을 내리 패하며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날 맞대결은 양 팀을 대표하는 선발진 에이스의 매치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완 라스무센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6승5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이에 맞서는 좌완 메식은 12승9패 2.56.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메식이 3위, 라스무센이 4위였다.
승자는 라스무센이었다. 이날 라스무센은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클리블랜드 타선을 잠재웠다. 반면 메식은 2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에 그치며 에이스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한 경기 비중이 워낙 커 퀵후크가 난무하는 가을야구지만, 라스무센은 올가을 클래식 에이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7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이어가다 8회 테일러 월스에게 2루타를 맞아 노히트 행진이 깨진 라스무센은 그 경기에서 8이닝 1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탬파베이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클리블랜드와의 ALCS 1차전에서도 비록 팀은 패배했지만, 라스무센은 6이닝 8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도 7이닝을 버텨주면서 라스무센의 올가을 성적은 3경기 21이닝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에 달한다. 피안타율 0.178, WHIP 0.76 등 세부지표도 완벽하다. 라스무센의 존재 덕분에 탬파베이 불펜진은 과부하가 걸리지 않고 다른 선발들이 등판하는 경기에 전력을 다 할 수 있다.
라스무센은 올 시즌 평균 구속 95.9마일의 포심을 28%, 95.4마일의 싱커를 23.8%, 90.6마일의 커터를 18.7%의 비율로 던졌다. 패스트볼 계열만 69.7%를 던지는 라스무센은 패스트볼 3종 세트의 높은 완성도로 땅볼 유도와 탈삼진 능력을 고루 갖춘 만능형 투수다.
라스무센의 가을야구 에이스 등극은 팔꿈치 수술만 세 번을 한 전력이 있기에 더욱 빛난다. 라스무센은 오리건주립대학 시절 구단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며 주목받던 유망주였지만, 대학 재학 중에만 두 차례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프로 데뷔 시점은 크게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185순위로 밀워키 브루어스의 지명을 받은 라스무센은 2020년 빅리그 마운드에 데뷔했고, 2021년 도중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됐다. 2022년 풀타임 선발로 올라선 라스무센은 그해 11승7패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며 수준급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2023년 초반 굴근 염좌를 당해 토미존 서저리는 아니지만 또 한번 팔꿈치에 칼을 대게 됐다. 세 차례나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한 라스무센이지만, 2024년 건강하게 돌아왔다. 지난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하며 탬파베이 에이스로 거듭난 라스무센은 올해도 탬파베이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라스무센이 클리블랜드 타선을 꽁꽁 묶는 사이 타자들도 초반부터 점수를 내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1회 선두타자 얀디 디아즈의 2루타와 조너선 아란다의 볼넷, 챈들러 심슨의 안타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조니 델루카가 메식으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선취점을 따냈다. 2회에도 벤 윌리엄슨과 디아즈의 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아란다의 적시타로 2-0을 만들며 메식을 무너뜨렸다. 메식은 후속 두 타자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기에서 탈출했지만, 3회부터는 마운드를 팀 헤린에게 넘겼다. 헤린도 심슨에게 2루타, 도루를 허용해 맞은 1사 3루 위기에서 리암 힉스에게 적시타를 내주면서 탬파베이는 3-0까지 달아났다. 라스무센에게 석 점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