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 닫았는데 빚더미만… 인뱅 대출 후 폐업한 자영업자 4만 명 돌파

인터넷전문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8조 원대 진입 이면의 그늘… 폐업 차주 연체율 10% 육박
서울의 한 골목상권에서 시민들이 한 호프집 앞을 지나치고 있다. 장기화한 내수 부진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골목상권의 위기와 함께 이들의 채무 부담을 완화할 촘촘한 금융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돈을 빌려주며 몸집을 불린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자영업자들의 ‘폐업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7월 말쯤까지 인터넷은행 3사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을 이용한 차주 중 문을 닫은 인원은 4만 명으로 집계됐다.

 

◆골목상권 직격탄… 음식·숙박업 폐업이 40% 차지

 

폐업 차주를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장기화한 내수 부진의 직격탄이 골목상권에 집중됐음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식당과 카페 등이 포함된 음식·숙박업이다. 전체 폐업 차주 가운데 무려 40%에 달하는 1만 6000명이 이 업종에서 사업을 접었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외식 소비가 급감하자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대거 문을 닫은 탓이다.

 

동네 마트와 옷가게, 온라인 쇼핑몰 등이 속한 도소매업 역시 1만 명이 폐업해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두 업종을 합친 인원만 2만 6000명으로, 전체 폐업 차주 10명 가운데 6명 이상(65%)이 서민 체감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에 쏠려 있는 셈이다.

 

학원과 교습소, 병·의원 등이 속한 교육·보건서비스업에서도 3000명이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렸으며, 제조업이나 기타 서비스업 등에서도 1만 2000명이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후 덮쳐온 빚… 도소매업 연체율 14.8%로 치솟아

 

더 심각한 문제는 사업을 접은 뒤 빚을 갚지 못해 연체 수렁에 빠지는 차주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보유한 인터넷은행 대출 잔액의 7월 말쯤 기준 연체율은 9.5%로 집계됐다. 사실상 폐업 차주 10명 중 1명꼴로 빚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상태이다.

 

업종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재고 관리와 납품 대금 부담이 큰 도소매업이 14.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기타 업종이 12.4%로 두 자릿수 연체율을 나타냈고, 음식·숙박업(5.1%)과 교육·보건서비스업(3.2%)이 뒤를 이었다. 사업체를 정리한 이후에도 미처 털어내지 못한 채무가 차주들의 일상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대출은 6배 가까이 폭증… 채무조정은 단 ‘1726명’에 그쳐

 

이처럼 폐업 차주가 속출하는 배경에는 인터넷은행들의 가파른 대출 잔액 증가세가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2년 말쯤 1조 5000억 원 수준에서 2023년 말쯤 3조 7000억 원, 2024년 말쯤 4조 6000억 원, 2025년 말쯤 6조 8000억 원을 거쳐 2026년 7월 말쯤 8조 6000억 원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4년도 채 되지 않아 6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유형별로는 무담보 신용대출이 4조 1000억 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보증부대출 3조 5000억 원, 담보대출 1조 원 순이었다.

 

대출 공급은 폭증했으나 벼랑 끝에 몰린 차주를 구제하는 안전망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2022년부터 2026년 7월 말쯤까지 채무조정을 이용한 폐업 차주는 전체의 4% 수준인 1726명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515명, 음식·숙박업 473명, 기타 업종 654명이었으며 교육·보건서비스업은 84명에 불과했다.

 

인터넷은행들이 폐업지원 대환대출을 통해 저금리·장기분할 상환을 유도하고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른 채무조정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폐업 후 연체가 심화하는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기에는 실질적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성훈 의원은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이 빠르게 확대되는 사이 폐업 자영업자들의 채무 부담도 중요한 금융소비자 보호 과제로 떠올랐다”며 “금융당국은 대출 공급 확대뿐 아니라 폐업 이후 연체와 채무조정, 재기 지원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