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앞에 거부할 수 없던 신도들…JMS 총재 정명석 징역 33년

여신도 16명 상대 80여 차례 성범죄 혐의, 검찰 구형보다 6년 높아
재판부, 종교적 지배 이용한 범행 판단 피해 폭로 막은 각서 강요도 인정
‘2인자’ 김지선 징역 7년 다른간부 3명도 징역형에 집행유예 판결

종교적 복종을 강요받은 여성 신도들에게 교주의 성적 요구는 거부하기 어려운 지시였다.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은 뒤에는 법적 책임과 종교적 불이익을 거론하며 입을 막았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81)씨에게 징역 33년을 선고한 법원은 장기간 형성된 종교적 지배구조와 이를 뒷받침한 간부들의 가담에 주목했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우근)는 19일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3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27년보다 6년 무거운 형량이다. 신상정보 공개·고지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각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5년도 명령했다.

 

정씨는 2018∼2022년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여성 신도 16명을 상대로 80여 차례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콩·호주 국적 신도 등 피해자 3명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사건과는 별건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들이 정씨의 행위를 거부하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였다. 정씨 측은 신체 접촉 사실을 부인하면서, 설령 접촉이 있었더라도 성인인 피해자들이 그 의미를 알았고 저항할 수 없는 상태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를 재림예수나 메시아로 신격화하고, 그를 통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교육이 반복되면서 피해자들이 정씨의 말과 행동을 비판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다고 봤다. 복종하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가르침도 자유로운 거부와 저항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정씨를 신격화하고 절대적으로 순종하도록 반복적으로 교육받아 비판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16명 모두 범행 장소 등에 대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날짜나 옷차림 등 일부를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진술 전체를 배척할 수는 없다고 봤다.

 

정씨의 권위를 떠받치고 여성 신도들의 접근과 접촉을 관리한 간부들의 책임도 인정됐다.

 

선교회 ‘2인자’로 알려진 김지선(48·정조은)씨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정씨의 과거 성범죄와 성적 성향을 알면서도 여성 신도들을 관리하고 정씨와 접촉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신도를 정씨 주변에서 관리한 행위 역시 범행 자체를 막기 위한 조치보다는 내부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성격으로 봤다.

 

성폭력 피해를 알리지 못하도록 각서를 쓰게 한 행위에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고소 가능성과 함께 구원받지 못하거나 저주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피해자에게 법적·종교적 불이익을 우려하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범행을 방조하거나 각서 작성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주명주씨에게는 징역 3년, 황연숙씨와 황은주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정씨와 주씨의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범행 일시나 가담 행위 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김선아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가 신도들에게 연락하거나 동태를 확인한 메시지만으로 성범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정씨가 “교주로서 절대적인 지위에 있었고, 위계질서를 이용해 여러 여성 신도들을 반복적으로 추행했다”며 “앞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도 장기간에 걸쳐 형성한 종교적 지배 구조와 영향력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약 4년에 걸친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성폭력 자체의 고통뿐 아니라 믿었던 지도자의 행위와 교리 사이에서 상당한 괴리를 겪으며 신앙과 생활기반에도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정씨가 피해 진술을 허위나 과장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거나 용서받은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사건과 함께 재판받았을 경우의 형평을 고려하면서도 “앞선 사건보다 피해자가 많고 횟수도 많아 선행 판결보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