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을 앞두고 걷기와 중강도·고강도 신체활동을 꾸준히 한 환자는 신체활동이 적은 환자보다 수술 후 섬망 발생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술 전 신체활동이 수술 후 신체 회복뿐 아니라 뇌 기능 변화와도 관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모핏 암센터 제프리 황 교수팀은 19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마취과학회(ASA) 연례 학술대회 ‘ANESTHESIOLOGY 2026’에서 암 수술 환자 258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전 걷기와 중강도·고강도 신체활동을 합쳐 일주일에 7회 이상 한 환자는 신체활동이 적은 환자보다 수술 후 섬망 발생 위험이 50% 낮았다고 19일 밝혔다.
수술 후 섬망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혼란 상태다. 주의력과 기억력, 사고 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고령자에게 특히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환자 약 5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섬망이 나타나면 회복이 늦어지고 입원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사망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2024~2025년 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 258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신체활동 양상을 조사하고, 활동 빈도와 수술 후 섬망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신체활동은 한 번에 최소 10분 이상 걷거나 중강도·고강도 활동을 한 횟수를 조사했으며, 하루 중 앉아서 보내는 시간도 함께 살폈다.
수술 기록과 혼란 평가법(CAM)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섬망 발생 여부를 분류한 결과, 전체 환자 가운데 64명에게서 섬망이 발생했고 194명은 섬망을 겪지 않았다.
섬망이 발생한 환자들은 섬망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평균적으로 걷기와 중강도·고강도 신체활동을 적게 했으며, 하루 중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더 길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수술 전 신체활동과 수술 후 섬망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운동과 영양 관리 등을 통해 수술을 앞둔 환자의 신체 상태를 개선하는 ‘수술 전 재활(prehabilitation)’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로도 해석된다. 수술 전부터 환자의 신체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수술 후 회복과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과거 환자 기록과 신체활동에 대한 자기보고 자료를 토대로 집단 간 차이를 비교한 후향적 환자-대조군 연구다. 신체활동이 섬망 발생 위험을 직접 낮췄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 제1저자인 사우스플로리다대 의대 멜로디 하라티안 연구원은 “수술 전에 운동하면 신체가 더 빨리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운동이 뇌를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수술 준비는 수술 당일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안전하게 신체활동을 유지할 방법과 수술 전 재활 프로그램이 수술 준비 및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문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