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지방 거점에 인프라 집중… 사람 모여야 아이도 태어나” [세계초대석]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거점에 병원·학교·일자리 등 만들고
주변지역이 함께 쓸 수 있게 연결해야
청년 지역 정착은 환경 조성이 핵심
단순 행정기능 이전이 만능될 순 없어

정부 인구전략계획 여전히 공급자 입장
인구위,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되려면
위원회 의견 예산에 반영할 장치 필요

인구 문제, 실제 성과까지 시간 걸려
정권 따라 정책 변경·중단해선 안 돼
출산·양육 부모 권리… 시간보장해야
“인구 문제를 바꿀 마법의 지팡이는 없습니다. 정권 임기 5년 안에 풀 수 있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길게 보고 가야 합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본원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유희태 기자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정책이 정권의 임기를 넘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등 여러 정책이 맞물려야 하고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권에 따라 정책을 이어가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줄이면서 가자는 데 반대할 정권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원장을 만난 14일 정부는 기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으로 바뀐 뒤 첫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은 ‘인구 패러다임의 전환’을 핵심으로 삼았다. 출산율이 아닌 삶의 만족도와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을 정책 목표로 잡고, 사회경제시스템을 재설계하자는 게 큰 뼈대다.

그는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정책의 시야를 넓힌 점은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부처별 사업을 모아 정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콘셉트는 아름답지만 여전히 공급자 입장”이라는 쓴소리도 내놨다. 인구전략위원회(인구위)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위원회 의견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연구원장. 세계초대석 인터뷰 /2026.10.14. 유희태 기자

연구원은 인구 문제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민관기관으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발기인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원장은 2022년 10월 출범부터 초대 원장 자리를 4년째 지켜오고 있다. 이 원장은 “인구 문제가 시급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지만 각론에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며 “풀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민간 싱크탱크로서 연구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지역소멸 대응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전 국민이 전국에 골고루 흩어져 사는 것이 균형발전이냐’는 점에서다. 그는 “모든 곳에 똑같이 나누자는 균형의 의미를 바꿔야 한다”며 “인프라와 사람이 모일 힘이 있는 지방 거점에 병원, 학교, 일자리를 모이게 하고, 주변 지역이 그 거점을 함께 쓰도록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모여야 아이도 태어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이 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이인실 한반도미래연구원장. 세계초대석 인터뷰 /2026.10.14. 유희태 기자

―연구원이 발간한 ‘2026 대한민국 인구보고서’는 전국 인구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51.0%에서 2052년 53.4%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소멸 대응에도 수도권 집중이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도권 집중은 오랫동안 이어진 흐름이다. 어느 정권이나 정책 과제로 다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자리와 교육, 생활 여건이 좋은 곳에 살고 싶어 한다. 자신과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이런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교통망 확충도 지역을 살리는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KTX와 SRT로 서울에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오히려 수도권에 살기 더 좋아진 측면이 있다. 공공기관도 이전하고 여러 정책을 해봤지만 수도권 집중이라는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다. 우리가 해온 정책이 맞는지 통렬하게 반성할 지점이다.”

―균형발전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인가.

“무엇이 균형발전인가 물어야 한다. 전국에 전 국민을 골고루 펼쳐 놓는 것이 균형인가. 서울에 있는 기능을 지역 거점으로 옮기면, 그 주변 지역에서는 다시 자기 지역으로 옮겨 달라고 할 수 있다. 어디까지 분산해야 균형을 이뤘다고 할 것인가. 사람들이 편리한 곳에 모여 살고 싶어 하는 성향을 인정하고, 지역에서도 어떻게 잘 모여 살 수 있도록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을 버리자는 뜻이 아니다.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주민들이 생활 거점에서 의료와 돌봄,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고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인구가 늘던 시기의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지원만 더하겠다고 해서는 한계가 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연구원장. 세계초대석 인터뷰 /2026.10.14. 유희태 기자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나.

“‘지역에 무엇이 있어야 살겠느냐’는 질문에서 정책이 출발해야 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자녀를 교육할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요즘 청년들에게는 일상에서 즐길 거리도 중요하다. 행정 기능을 옮긴다고 이런 조건이 모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지금 정책들의 경우 개념은 아름답지만 공급자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처별 사업의 기존 예산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으로는 큰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말하려면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과 만드는 방식이 함께 달라져야 한다.”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평가한다면.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에서 인구전략으로 범위를 넓힌 방향은 맞다. 인구를 이루는 요소는 출생과 사망, 이동이다. 출생과 고령화뿐 아니라 국내외 이동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행정안전부와 법무부를 인구위에 들어오게 하고, 인구정책 안에서 다루는 것은 진일보했다. 다만 정책이 실제로 달라지느냐는 별개다. 각 부처가 올린 사업을 모아 유형별로 정리하는 방식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봐야 한다. 인구전략이라는 큰 방향 아래 무엇을 우선하고 어떻게 조정할지를 보여줘야 한다.”

―기본계획에서 AI·로봇 등을 활용한 청년 돌봄 전문일자리를 육성한다는 구상은 어떻게 평가하나.

“노인에게 돌봄이 필요하고 청년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둘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 원하는 돌봄과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다를 수 있다. 청년은 자신의 경력과 삶에 도움이 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일을 원한다. 낮은 처우를 그대로 둔 채 청년에게 돌봄 일을 하라고 하면 허울 좋은 말로 끝날 것이다. 돌봄 일자리의 격을 높여야 한다. 경력을 쌓아 성장할 수 있는 직무를 설계해야 한다. 방향은 맞지만 지금의 형태만으로는 어렵다. 교육과 경력체계, 서비스 공급 기반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연구원장. 세계초대석 인터뷰 /2026.10.14. 유희태 기자

―이민정책도 인구정책의 주요 영역이 됐다.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외국인을 당장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어떤 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이 어떻게 정착할 수 있는지 총괄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고 국내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비자 문제로 떠나는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 이미 언어와 생활에 적응한 인재들이 남아 일할 수 있는 경로를 더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이민청 같은 별도 조직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어떤 관점에서 총괄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출입국 관리 중심의 시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과 지역, 돌봄 등 여러 수요를 함께 보면서 필요한 인력을 받아들이고 정착하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인구위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의견만 내는 기구로는 한계가 있다. 각 부처 인구 관련 사업 예산을 사전에 협의하는 권한이 생겼어도, 예산을 편성하는 쪽에서 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협의를 잘하겠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방 우대 적용도 마찬가지다. 실제 반영할 힘이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재정의 틀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특별회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여러 부처에 나뉜 사업을 인구전략이라는 목적 아래 조정하고 지속해서 추진할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연구원장. 세계초대석 인터뷰 /2026.10.14. 유희태 기자

―민간 연구원으로서 특히 애쓰는 점은.

“고령화 문제는 돈도 돌고, 표도 된다. 이 때문에 저출생 문제에 더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사결정이다. 그래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 기업이 바뀌도록 설득하고 정부는 인센티브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기업도 제도가 있어도 실제 사용은 어려울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은 제도 도입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지금 법과 제도 상당수는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맞춰 세제와 주거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싱글세’를 하자는 게 아니라 애를 낳는 데 세제 지원을 더 세게 해줘도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아이가 있어야 사회가 지속가능하다’라는 면을 봐야 한다.”

―출산·양육 정책 기본철학은 무엇이어야 하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부모의 권리로 봐야 한다. 인구전략기본법에 헌법처럼 조항을 명문화하라고 계속 말해 왔다. 부모의 시간을 보장하라는 거다. 독일은 저출생 문제에서 ‘부모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걸 철학으로 삼았다. 국민에게 저출산 대응에 협조하라고 하기보다, 원하는 사람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할 생각해야 한다. 현금성 지원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그보다 더 많은 재원이 아이를 낳고 키울 조건을 바꾸는 데 투입돼야 한다. 인구 문제는 여러 정책이 촘촘하게 맞물려야 하고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지난한 과제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1956년 서울 출생 ●연세대 지질학, 경제학 학사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휴스턴대 경제학과 조교수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제12대 통계청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2022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