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했던 상담원이 한순간 돌변한다.
화려한 숙소를 제공한다던 약속도, ‘부담 없는 업무’도 거짓이었다. 캄보디아에 파견된 한국 경찰 ‘코리아전담반’(코전반) 박동기 팀장의 설명을 19일 종합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이 제공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보수와 공짜 항공권은 ‘호의가 아닌 범죄 조직의 투자’였다.
박 팀장은 “투자금은 캄보디아에 도착한 당신의 몸으로 회수된다”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세계일보는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화상 회의로 캄보디아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코전반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업무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수인 코전반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인된 이들은 구인 광고를 수차례 확인하고 조직이 보낸 숙소 사진도 확인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도착 이후 현실은 다르다.
박 팀장은 “공항에 내리면 조직원들의 얼굴부터 바뀐다. 높임말이 반말이 되고 가장 먼저 여권을 빼앗긴다”고 했다. 실제 호텔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하지만 며칠에 그친다. 박 팀장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마음을 놓으면 그때부터 사기 범죄 가담을 강요당한다”고 했다.
지난해 캄보디아 대학생 사망 사건 이후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관 7명은 현지 경찰 12명과 코전반을 꾸렸다.
업무는 ‘검거’와 ‘구출’이라는 두 가지 큰 틀에서 진행된다. 스캠 범죄 조직에 가입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불법 감금의 피해자인 이중적 상황에 놓여있을 수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코전반은 현지 경찰과 함께 스캠 등 피의자 239명을 검거했다 이 중 인터폴 적색수배자는 70여명이었다. 한국인 8명도 구출됐다.
변화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8월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에 접수된 납치·감금 피해 신고는 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0건에 대비해 95.4% 감소했다.
박 팀장은 “1월31일 캄보디아 경찰이 22개 건물에 자리 잡은 스캠 단지를 봉쇄해 외국인 2000여명을 검거했는데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며 “한국인 조직원이 있으면 코리아전담반에 의해 일망타진당하니 ‘한국인을 채용하지 말라’거나 ‘한국인만 남겨두고 거점을 옮겼다’는 진술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코전반은 국제 공조의 새로운 모델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팀장은 “현지 경찰 검거 작전에 출동해 한국인 범죄자 식별 등 수사 과정 전반을 함께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활동이 성과를 내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일본·인도네시아 대사관 요청으로 스캠 단지 검거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단속이 효과를 보이며 발생한 ‘풍선효과’는 과제다.
캄보디아 단속이 강화되면서 심지어는 동유럽 국가에서까지 한국인 스캠 범죄자들이 검거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캠 피의자들이 검거된 국가들 중 캄보디아는 지난해 255명에서 올해 1∼9월 19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95명에서 130명으로, 베트남은 29명에서 94명으로 각각 늘었다. 말레이시아는 8명에서 56명으로, 라오스도 25명에서 43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없었던 카자흐스탄(16명)과 조지아(2명)에서도 검거됐다. 지난해 코전반이 활약하면서 한국인을 겨냥으로 한 스캠 범죄 조직이 여러 국가로 흩어진 것이다.
박 팀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4개국 공조 채널의 정례화와 스캠 범죄 조직 내부자 자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 8월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는 ‘보이스피싱 또는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범죄수익 수수·은닉 등을 범한 자는 수사나 재판 과정 등에서 자신이 연루된 사건과 관련된 타인의 범죄를 규명하는 진술·증언·제보 등을 하면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 팀장은 “범죄 예방과 더불어 기존 스캠 범죄 가담자들이 자수하도록 유도해 재발 위험과 국내 피해를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