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민심오독증 안 고치면 답 없다

이재명 대통령 잇단 정책 논란 타격
진영 논리 갇힌 김민석 대표 헛발질
장동혁 대표 강성 당심 매몰돼 퇴행
윤석열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민심은 모든 것이다. 민심과 함께하면 실패할 것이 없고 민심에 반하면 성공할 것이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2500년 전 공자도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민심은 정치의 출발과 끝이요 최대 동력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언행과 정책을 보면 민심오독증이 심각하다. 편향적·진영적 해석의 틀에 갇힌 결과다.

 

이 대통령은 정책 목표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추진 방식에 대한 지지로 확대 해석한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부터 그렇다.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대북정책에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평화 염원을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관용으로 오독해선 안 된다. 우리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비무장지대(DMZ) 북한 지뢰 폭발을 ‘불의의 사고’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해자의 책임을 희석하는 군 통수권자의 안보인식을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환기 논설실장

투기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운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는 또 어떤가. 농민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이 대통령은 ‘직진’을 외쳤다. “투기세력이 제재를 무산시키려고 거짓말로 선동하고 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밀렸다. 민심과 간극이 큰 정책의 운명은 뻔하다.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에 대해서는 처분 절차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 대통령이 권위 실추를 자초한 모양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축소안이 원점 회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념에 치우친 부동산 정책의 예정된 결말이었다. 이 모두가 민심을 바르게 읽었다면 피했을 일들 아닌가. 이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30%대 지지율 탈출은 기대난망이다.

 

김 대표는 유리한 민심은 크게 보고 불리한 민심은 작게 본다. 대법관 제청 문제를 빌미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검토를 공식화하고 사퇴를 압박하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탄핵 추진 근거로 ‘광범위한 요구’를 내세우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중도층 등의 찬반이 팽팽하다. 진보 편향성 논란이 있는 조사기관의 수치가 대다수인데도 그렇다. 민심을 균형 있게 읽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압권은 신약 로비 의혹을 받다가 사퇴한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두둔한 일이다. 찬성의 두 배를 넘은 임명 반대 여론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진영 논리와 확증편향에 빠져 현안을 판단하니 헛발질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의혹을 제기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향해서는 “국민의 판단에서는 이미 아웃”이라고 직격했다. 한 의원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김 대표의 민심오독증은 ‘친명’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강박의 발로로 보인다.

 

장 대표의 민심오독은 중증이다. 지방선거 패배 후에도 퇴진과 당 혁신을 요구하는 민의는 외면한 채, 소수 강성 당심을 민심으로 받아들여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윤어게인’ 세력과의 전략적 공생 관계를 다시 강화하는 반면, 합리적 보수 세력과 중도층이 설 자리는 좁히고 있다. 정부 견제와 대안 제시라는 야당의 책무는 무기력 속에 실종됐다. 오죽하면 ‘민주당의 전략자산’이란 별칭까지 얻었을까. 정권 교체라는 제1야당의 당연한 목표마저 포기한 것인지 묻게 된다.

 

장 대표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을 리더십의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잇따른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다. 한 의원의 복당을 통한 당 쇄신 기대감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자신의 정치 노선에 대한 지지로 확대 해석한다면 또 다른 민심오독이 될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민심오독증을 고쳐야 한다. 국정 정상화와 민생 회복,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민심오독증을 넘어 민심난독증에 빠진 끝에 시대착오적인 계엄의 칼을 휘두르다 결국 자신의 정치생명만 잘라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