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진행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4년 만에 나란히 국감장에 선 5대 은행장들은 최근 금융권을 덮친 인공지능(AI) 해킹과 관련해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다.
이 원장은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졸속 심사 지적에 “4월 중순에 금융위원회에서 상장 일정을 발표했고,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심사 신청도 하기 전에 상장부터 사실상 결정됐고, 3단계로 진행되는 절차를 2단계로 줄인 병행 심사를 사상 처음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심사에 나선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어 “ETF 평균 상장 기간이 62일, 대표 지수형도 43일인데 이번 ‘단종레’는 29일로 짧다”며 “더 위험한 상품을 더 짧은 기간에 심사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금감원은 “거래소 예비심사는 금감원 심사 착수를 위한 필수적 사전절차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 원장이 지난 6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와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놓고도 질의가 쏟아졌다.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이 “왜 드러누워 막지 않았나”라며 국민에게 사죄할 생각이 없느냐고 하자 이 원장은 “정책이 이미 발표돼 확정된 상태였다”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당 발언을 한 이유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경보를 울리기 위해 메시지를 세게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급락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원장은 상품 도입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의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같은 당 박성훈 의원 질의에 “정부·당국 협의로 결정된 사안이었지, 특정인이 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다’는 자신의 발언 역시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원장 아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근무하는 것을 두고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원장은 “시행세칙과 관련해 사적 이해관계자도 아니고 직무 관련성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당 신동욱 의원은 앞서 이 대통령이 레버리지 ETF 도입을 “누군가는 결정을 했겠죠”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누군가’가 대통령 본인이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못 하는 것”이라며 이 원장을 향해 “사퇴할 생각 없나”라고 물었다. 이 원장은 “인사권자가 정할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국감에는 최근 AI 해킹과 관련해 이환주 KB국민·정상혁 신한·이호성 하나·정진완 우리·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일반 증인으로 나왔다. 5대 은행장이 모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2022년 10월11일 국감 이후 4년 만이다. 해킹 피해가 발생한 국민·신한·하나은행의 행장들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