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 파장이 사과 이후에도 번지며 확산하고 있다. 야당의 거친 공세에 이어 징계 요구까지 나오는 등 정치권 안팎이 혼란에 빠져든 모양새다.
19일 오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파행 양상을 보였다.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된 국감은 추 지사가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에 참석함에 따라 오후 1시로 연기됐다. 영결식을 치르고 국감장에 출석한 추 지사가 인사말에서 거듭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으나 여야는 초반부터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충돌을 빚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첫 질의에서 “목숨을 걸고 봉사하는 제복 공직자에게 지울 수 없는 망언을 했다”며 “변명으로 버티다 순직자가 발생하자 빈소에서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식의 2차 가해를 했다. 속칭 ‘개사과’ 아니냐”고 맹폭했다.
이 과정에서 “국감 하러 왔느냐”, “추 지사 대변하러 왔느냐”는 등 고성이 오가며 국감장은 마비됐다. “냉정을 유지해 달라”는 복기왕 민주당 감사반장의 중재에 회의는 가까스로 재개됐다.
이어진 질의에서도 논란은 식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소방공무원 가슴에 피멍 들게 하는 발언으로 재정의 어려움을 표현하느냐”고 되물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맥락을 보라’는 건 정치인에게 적절치 않다. 어떤 용어를 썼느냐는 그 용어를 통해 생각과 철학이 드러나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라며 “추 지사의 발언에는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몰아붙였다.
반면 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큰 잘못을 했지만, 충분히 사과했다. 소방 예산 90% 정도를 (소방이) 국가직임에도 지자체에 부담하니 재정을 쭉쭉 빨아먹는 것 아니냐. 이런 것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고 비난만 하면 답이 없지 않으냐”라고 반박했다.
앞서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 지자체 재정 문제와 국가직인 소방공무원 관련 예산을 언급하며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어 17일에는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해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소방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 지사를 향해 “부적절한 언행에 책임을 지고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추 지사의 대응을 놓고 불만이 이어졌다. 경기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그동안 도 재정 문제와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채 ‘자기정치’를 해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도의 한 민주당 의원은 “추 지사가 재정 문제를 지적할 때부터 ‘부도’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고 민주당이 해야 할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며 “이런 일을 겪고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이미 당 안팎으로 시끄러워 의원들이 집단으로 의견을 내면 더 시끄러워질까 봐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에 대한 출당·징계 요구에서 주민소환으로 공세 범위를 넓혔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민 혈세 빨아먹는 ‘재정 빨대’는 추미애 지사 본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