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고 시험 내내 의심받느니 차라리 콘택트렌즈를 사서 하루만 낄까 고민 중이에요.”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모(19)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평소 쓰던 안경이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안경으로 의심받을까 걱정부터 든다. 이씨는 “시험을 치르는 내내 주시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부정행위를 할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안경을 착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신경 써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2027학년도 수능(11월 19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경을 착용하는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학 논술시험에서 ‘AI 안경’을 악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며 수능 당일 안경 착용자를 대상으로 전면 검사가 예고된 탓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평소 쓰던 안경이 자칫 AI 안경으로 오해받을까봐 얇은 안경테로 바꾸거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20일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능 당일 AI 안경 검사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는 게시글을 여러건 확인할 수 있었다. 약 336만명이 가입한 대형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에서 한 누리꾼은 “안경 쓰는 사람인데 시선과 관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라 걱정된다”며 “(감독관의 시선에) 신경이 아예 안 쓰일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죄짓지도 않았는데 매 시험마다 감시받는 상황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런 느낌 속에서 (시험을 치르면) 수능에 지장이 갈 수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혹여나 자녀가 시험장에서 안경 검사로 불편을 겪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검정 뿔테안경을 착용하고 있어 다른 안경으로 바꿔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새 안경을 맞추려고 한다면서도 “또 새로운 안경에 적응해야 해서 신경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부모도 “혹시나 수능 날 불편할까 봐 아이한테 안경테를 얇은 걸로 바꿀까 물으니 ‘그냥 지금 쓰는 게 편하다’ 했다”며 “엄마만 애타나 보다”고 털어놨다.
안경 검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최근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논술시험에서 AI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들이 잇따라 적발되면서다. 이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15일 수능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에 스마트안경을 명시했다. 시험 중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다 적발되면 실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이듬해 수능 응시자격도 정지된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수능 당일 매 교시 안경을 착용한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감독관이 먼저 육안으로 안경을 확인하고 스마트안경 여부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별도 검사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감독관에게 스마트안경의 주요 특징을 기준으로 판별 요령도 안내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적발 방법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적발 방법이 알려지면 부정행위자가 이를 회피할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수능에 응시하는 모든 수험생이 시험 시간 중 시험 응시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부정행위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일반 안경을 착용한 학생이라면 관련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수능 현장에서 AI 안경으로 의심했으나 아닐 경우, 반대로 제대로 적발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민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스마트안경을 식별할 전문 장비와 명확한 판별 기준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일선 시험감독관에게 식별과 확인, 수험생과의 갈등 대응까지 맡기는 것은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감독관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민원과 분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