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힌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대학 입학은 꿈을 펼치기 위한 ‘조건’이었다.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애니와 트리플에스의 김유연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비로소 연예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학업과 아이돌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간 이들의 특별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 올데이프로젝트 애니, 미국 컬럼비아대 입학
지난 18일까지 정유경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 애니가 소속된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신곡 ‘크래쉬’ 뮤직비디오가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초대형 전광판 ‘신세계스퀘어’에서 상영됐다.
신세계스퀘어에서 유명 케이팝(K-POP) 그룹들의 영상이 상영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애니는 신세계백화점을 이끄는 정 회장의 장녀라는 점에서 한층 더 관심을 끈다.
이러한 행보와 별개로 정 회장은 과거 딸인 애니의 연예계 진출을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10살 무렵의 애니가 가수의 꿈을 내비치자 정 회장은 “무슨 소리냐”며 일축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애니는 지속해서 정 회장을 설득했다. 거센 반대를 이어가던 정 회장은 애니가 중학교 3학년 때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가수가 하고 싶다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할 것’이었다. 아이비리그는 흔히 미국 북동부 지역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을 일컫는다.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제시한 높은 문턱이었지만, 애니의 의지는 이를 뛰어넘었다. 미국 대학 입학 표준시험인 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30점을 받았고 2020년 9월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어 지난해 6월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로 데뷔한 그는 지난 5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애니는 지난해 7월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부모님도 절대 (합격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해 제안했지만, 컬럼비아 대학교에 합격했다”며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뤄내려는 편”이라고 밝혔다.
학업에 대한 열정은 팬들과의 소통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 1월 애니는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함께 공부하는 형식의 라이브 방송인 ‘스터디 위드 미(Study with me)’ 콘텐츠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애니는 팬들과 소통하면서도 실시간으로 과제를 하고 수업에 대비하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드러냈다. 방송 중 그는 “팬분들 중 컬럼비아대에 와서 이 수업을 듣게 되시면 제 필기를 보여드리겠다”며 재치 있는 약속을 건네기도 했다.
◆ 김유연, 부모님이 원한 대학 입학 후에야 도전한 아이돌의 꿈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김유연 역시 부모님이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꿈을 펼칠 수 있었다. 2024년 크리에이터 미미미누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김유연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아이돌 한다’ 말했을 때는 가족이 ‘대학 가고 알아서 해라. 대학 전에는 안된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입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김유연은 수학 성적이 발목을 잡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자 재수를 결심했다. 재수 끝에 그가 합격한 학교는 의사와 약사인 부모님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부모님의 권유에 삼수까지 도전한 김유연은 정시 전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경희대학교에 동시 합격했다. 이 가운데 이화여대 합격 소식에 크게 기뻐하는 할머니를 본 그는 해당 대학 과학교육학과로 진학을 마음먹었다.
대학 입학이라는 과제를 끝마치자 김유연은 비로소 아이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김유연은 걸그룹 블랙핑크의 영상을 계기로 아이돌에 대한 꿈을 다시 품었다. “이제 대학도 갔으니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다짐한 그는 2021년 MBC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에 지원하며 방송에 출연했다.
최종 데뷔조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무대에 대한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2023년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한 김유연은 “우연한 기회로 참가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떨어진 뒤에도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다고 느꼈다”며 “‘이 일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왔구나’라고 느껴 트리플에스로 돌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사범대학 학생다운 그의 면모는 방송에서도 잘 드러났다. 2024년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김유연은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멤버 곽연지가 수학 문제를 두고 어려워하자 직접 1대1 과외를 해주며 지적인 매력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