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신라면에 호떡까지…파리 달군 K푸드 11개사, 유럽 시장 공략

불닭볶음면부터 신라면 로제, 호떡과 호빵까지. 국내 식품기업들이 프랑스 파리에 집결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을 대표하는 라면과 전통 간식은 물론 장류, 아이스크림, 간편식까지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와 글로벌 유통 바이어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SIAL Paris 2026’의 삼양식품 부스에서 불닭 신규 캐릭터 ‘페포(PEPPO)’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양식품 제공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과 농심, 삼립,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 국내 식품기업 11개사는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개막한 국제 식품박람회 '시알 파리(SIAL Paris) 2026'에 참가하고 있다. 행사는 21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이들 기업과 함께 약 87개 부스, 778.5㎡ 규모의 'K-푸드 선도기업관'을 조성했다. 기업별 독립 공간에서 대표 제품을 소개하고 시식 행사와 해외 바이어 상담을 통해 유럽 유통망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번 박람회에 처음 참가해 불닭과 프로틴 파스타 브랜드 탱글을 전면에 내세웠다.

 

메인 부스 '크레이브 랜드(CRAVE LAND)'에는 불닭의 신규 캐릭터 '페포(PEPPO)'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활용한 공간에 LED 스크린을 배치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QR 디지털 스탬프 투어와 SNS 인증 이벤트도 마련했다.

 

시식 행사도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은 하루 네 차례 시식존을 운영하며 불닭 오리지널과 까르보 불닭, 탱글 3종인 크리미 머쉬룸·갈릭 오일·불고기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 반응도 소개했다. 파리에 거주하는 클로이(24) 씨는 삼양식품 측에 "직원들이 조리해 준 불닭의 매운맛을 경험하니 짜릿하다"며 "특히 까르보 불닭의 부드러운 매운맛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도 개막 첫날인 17일 전시장을 찾았다. 김 회장은 메인 부스와 비즈니스 라운지 등을 둘러보며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다른 기업들의 전시 공간을 살펴보며 글로벌 식품산업 동향을 점검했다.

 

삼양식품은 불닭의 매운맛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탱글을 통해 제품군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면 외에도 파스타 제품을 앞세워 유럽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쟁사 농심도 신라면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농심은 이번 박람회에서 '신라면 로제'를 유럽 시장에 처음 공개했다. 실내 부스에는 신라면과 신라면 김치볶음면, 짜파게티, 너구리, 순라면 등을 전시하고 신라면 툼바를 직접 조리해 제공하는 시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박람회장 밖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파리 센강 비르아켐 다리 인근에서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한국 편의점과 한강공원에서 익숙한 즉석 라면 조리 방식을 활용해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삼양식품이 캐릭터와 참여형 콘텐츠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농심은 새로운 맛과 한국식 라면 조리 경험을 현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립은 호떡과 호빵, 약과 등 한국식 디저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삼립은 'K-디저트 아뜰리에'를 주제로 한국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독 부스를 설치했다. 현장에는 삼립호떡과 호빵, 약과, 소프트 치즈케이크, 미니보름달 등 약 40종의 제품을 전시했다.

 

정인호 삼립 대표이사도 직접 부스에서 해외 바이어에게 제품을 소개했다. 삼립은 미국 코스트코에서 판매 중인 소프트 치즈케이크를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 선보여 온 제품들과 한국 전통 간식을 함께 소개하며 신규 유통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라면과 베이커리뿐 아니라 과자와 아이스크림, 한국 전통 장류도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웰푸드는 '스위트 숍(SWEET SHOP)'을 주제로 빼빼로와 무설탕 브랜드 제로(ZERO), 죠스바, 스크류바, 셰푸드 등을 선보였다. 제과와 빙과, 가정간편식을 한 공간에 배치해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품군을 소개하고 있다.

 

빙그레는 멜로나와 붕어싸만코에 이어 바나나맛우유를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판매해 온 대표 제품을 활용해 해외 사업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샘표식품은 고추장을 모티브로 부스를 꾸몄다. 연두와 간장, 고추장 등 한국의 발효식품과 조미료를 소개하며 현지 식문화에 한국 장류를 접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워홈은 온더고와 김치, 소스를 중심으로 약 150종의 제품을 출품했다. 해남김페스토와 김스낵, 숯불갈비맛소스 등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앞세웠다.

 

하림은 더미식 장인라면과 오징어라면 등 프리미엄 라면과 소스를 소개했다. 영풍은 요뽀끼 브랜드의 떡볶이와 잡채, 오리진고메는 닭강정과 핫도그 등 한국식 길거리 음식을 내세웠다.

 

대두식품은 순백쌀가루와 찹쌀떡시트, 냉동 디저트 등을 선보였다. 완제품 수출을 넘어 한국산 쌀가루와 식품 소재를 해외 식품업체에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까지 겨냥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국내 식품기업의 제품 개발 성과도 주목받았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K-푸드 선도기업관에 참가한 6개 기업의 17개 제품이 '시알 혁신상(SIAL Innovation)' 혁신제품으로 선정됐다.

 

아워홈은 매직소바와 비빔밥 김치롤, 프로틴볼 등 6개 제품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매직소바는 전자레인지로 조리한 뒤에도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기술을 인정받아 냉동제품 부문상을 받았다.

 

삼립은 김치호빵과 약밥부리또 등 5개 제품이 선정됐다. 약밥부리또는 혁신제품을 직접 맛볼 수 있는 'SIAL Taste' 시식 프로그램에도 이름을 올렸다.

 

농심의 라이필더마콜라겐, 롯데웰푸드의 아임컨트롤 바나바 껌, 영풍의 요뽀끼 할랄 하리사 컵 떡볶이도 혁신제품으로 선정됐다. 대두식품에서는 쌀가루와 냉동 디저트 관련 제품 4개가 포함됐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이번 박람회에 내세운 전략은 크게 두 갈래다. 불닭과 신라면처럼 이미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는 새로운 맛과 제품군을 확대하고, 호떡과 고추장 등 한국 고유의 음식은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소개하는 방식이다.

 

수출 확대를 위한 기업 간 거래도 주요 목표다. 글로벌 바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의 특성을 활용해 현지 수입업체와 유통사, 식자재 공급업체 등과 새로운 거래 기회를 찾고 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별도 한국관을 통해 음료와 소스, 김치, 냉동식품 등 국내 중소 식품기업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관에서는 시식과 조리 시연, 해외 바이어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 현장의 관심이 실제 수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관람객의 시식 반응과 바이어의 제품 평가는 초기 시장성을 가늠하는 자료지만, 유럽 현지 유통망 입점과 안정적인 판매량 확보에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기존 인기 제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고 라면에 집중됐던 K-푸드 수출 품목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람회 이후 유럽 유통업체들과의 계약 및 현지 판매 성과가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