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394만세대 더 내고 232만세대 돌려받는다

소득 줄어든 232만세대는 1조8014억원 환급
본인 신청 대신 국세청 소득으로 연 1회 ‘직권 정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발표를 하는 모습. 뉴시스

건강보험 당국이 가입자가 신청해야만 해 주던 건강보험료 소득정산을 해마다 직권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계획대로 시행되면 소득이 늘어난 지역가입자 394만세대가 보험료 3조2911억원을 더 내고, 소득이 줄어든 232만세대는 1조8014억원을 돌려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 ‘주요 업무추진 현황’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국은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전 국민 소득정산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에서 전년도 확정 소득 자료를 넘겨받아 연 1회 행정기관이 직접 소득을 확인해 보험료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가입자의 선택적 정산에 따른 보험료 회피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산 대상은 자영업자·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 908만세대와 월급 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110만명이다.

 

당국이 지역가입자 908만세대를 모두 분석한 결과 소득이 늘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세대는 394만세대로 집계됐다. 이들이 추가로 낼 보험료는 3조2911억원으로 추산됐다.

 

반대로 소득이 줄어 보험료를 돌려받는 세대는 232만세대, 환급액은 1조8014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본인이 신청해 보험료를 돌려받은 지역가입자가 21만세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환급 대상도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추가로 걷는 보험료에서 환급액을 빼면 건강보험 재정에는 1조4897억원이 더 들어온다. 당국은 이렇게 확보하는 1조5000억원 안팎의 재원을 지역·필수의료 체계 지원과 희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쓸 방침이다.

 

◆ 올해 낸 보험료는 ‘재작년 소득’ 기준

 

직장가입자는 이미 해마다 정산을 거친다. 전년도 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먼저 내고, 매년 4월 확정된 실제 보수에 맞춰 더 내거나 돌려받는다.

 

공단이 올해 4월 내놓은 2025년 귀속분 정산 결과를 보면 직장가입자 1671만명 가운데 1035만명이 1인당 평균 21만9000원을 더 냈고, 355만명은 평균 11만5000원을 돌려받았다.

 

이 정산으로 4조5000억원이 추가로 걷히고 8000억원이 환급돼 건강보험 재정은 3조7000억원 늘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과 직장가입자의 월급 외 소득에는 이런 정기 정산이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은 소득에 매기는 보험료를 1∼10월에는 전전년도, 11, 12월에는 전년도 소득 자료로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연금소득은 전년도 자료).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거친 국세청 소득 자료가 10월 말쯤에야 공단에 넘어오기 때문이다.

 

올해 1∼10월 지역가입자가 낸 보험료에는 2024년 소득이 반영됐고, 다음 달부터는 지난해 소득이 기준이 된다. 소득이 늘어도 보험료를 제때 더 걷지 못하고, 소득이 줄어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이어져 온 이유다.

 

◆ 내 건보료는 오를까, 돌려받을까

 

현행 정산 방식에 비춰 보면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매길 때 쓴 1, 2년 전 소득보다 그해 실제 소득이 많으면 더 내고, 적으면 돌려받는 구조가 된다.

 

최근 사업이 커졌거나 새 소득이 생긴 가입자는 추가 납부 쪽에, 폐업이나 소득 감소를 겪고도 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가입자는 환급 쪽에 설 가능성이 크다.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이자·배당·사업·연금소득 등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별도 보험료를 낸다. 월급 외 소득이 없는 직장인은 지금처럼 4월 정산만 거친다.

 

제도는 아직 추진 단계여서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 시행령이 정산을 조정 신청과 묶어 두고 있어 직권 정산으로 가려면 규정 손질이 뒤따라야 하는 구조다.

 

394만세대·232만세대와 각 금액도 공단 추계인 만큼 개인별 부담과 환급액은 실제 정산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도가 바뀌기 전에도 소득 변동은 신청으로 반영할 수 있다. 소득이 줄었거나 늘었다면 공단 누리집이나 모바일 앱 ‘The건강보험’, 가까운 지사에서 보험료 조정·정산을 신청하면 된다.

 

국세청에 휴·폐업을 신고했다면 서류 없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고, 정산으로 한꺼번에 더 낼 보험료는 12회 이내로 나눠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