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직원을 양자로…‘파격 승계’ 창업주 결정이 가져올 미래는

신입사원 출신 대표이사를 양자로
가족 합의 거쳐…보기 드문 사례로
향후 상속 구도 등 종합적 살펴야

기업 후계자를 혈연이 아닌 경영 능력을 기준으로 선택한 보기 드문 사례가 국내에서 나와 주목받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기업 세라젬의 창업주 이환성 회장이 20여년간 함께 일한 전문경영인 이경수 대표이사를 양자로 입양하고 지분 승계에 나섰다. 이 회장은 1961년생이고 이 대표는 1978년생이다.

 

세라젬 이경수 대표이사가 중국 법인 설립 25주년 기념식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세라젬 제공

 

세라젬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이 대표의 양자 입양 절차를 마쳤으며, 올해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하는 1차 지분 승계를 완료하고 증여세 신고도 마쳤다.

 

이 대표는 2003년 신입사원으로 세라젬에 입사해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2017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고, 2018년 이 회장의 요청으로 국내 사업을 맡았다. 의료가전 사업 확장과 체험형 매장 웰카페 도입 등 새로운 성장 전략도 추진했다.

 

이 회장의 딸은 경영에 별다른 관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젬 관계자는 세계일보의 입양 배경 추가 질의에 “기업의 미래와 경영의 연속성을 위한 결정”이라며 “(이 대표가) 20여년간 회사에 근무하면서 여러 경영에 관여하고 성과를 낸 점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답했다.

 

특히 이 대표 측 동의 여부에는 “가족 모두 동의한 사안”이라며 “회장님 따님과 대표님의 별도 관계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입양 과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향후 상속 구도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은 아직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2014년 5월9일 당시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오사무 스즈키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도쿄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성인 입양을 통한 기업 승계 사례는 일본에서 알려진 바 있다.

 

일본 자동차 기업 스즈키자동차의 오사무 스즈키 전 회장은 창업 가문의 딸과 결혼한 뒤 양자가 돼 업을 이었다. 1958년 회사에 입사한 그는 1978년 사장에 올랐고, 이후 회장 등을 맡으며 장기간 회사를 이끌었다.

 

미국의 경제연구기관 전미경제연구소에 공개된 연구 ‘일본 가족기업의 양자 승계’는 스즈키 사례를 기업 승계 관점에서 살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2021년 사위인 오사무 스즈키가 은퇴하고 그의 아들이 회장직을 이어받았다”며 “창업주가 은퇴했던 1957년 이후 처음으로 친족 상속인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언급했다.

 

세라젬 이경수 대표이사. 세라젬 제공

 

기업 활로 마련 창구의 하나로 볼 수는 있겠지만 성인 입양을 기업 구조 개선의 정답으로 여기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민법상 일반양자로 입양되면 양부모의 상속인이 될 수 있지만 기존 친부모와의 법적 친족관계도 유지된다. 민법 제882조의2는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며 “양자의 입양 전 친족관계는 존속한다”고 규정한다.

 

이 대표의 향후 상속 참여 가능성과 구체적인 상속 구도를 다른 상속인 권리나 재산 관계 등과 함께 살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는 회사 지배구조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표의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속 관계와 지분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라는 과제가 남는다.

 

세라젬은 이번 결정이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향후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영 연속성,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 승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라젬 관계자는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과 20여년간 검증된 차세대 경영자의 역량을 연결해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결정”이라며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