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전국을 휩쓴 대규모 시위에 대한 치안 실패를 인정한 가운데 재정 긴축을 담은 2027년도 예산안 처리도 첫 표결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을 통감한다. 발생한 피해를 볼 때 사임하는 게 옳다”며 사의를 표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치안당국의 지휘체계 유지를 위해 이를 반려했다. 야엘 브룅피베 하원의장은 폭력 사태와 경찰 대응을 들여다볼 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수도 파리와 북부 릴 등지에 이틀째 야간 통행금지가 시행됐다. 정부는 남서부 보르도와 남부 니스에서도 며칠간 통금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9일 오후부터 20일 새벽까지 통금령이 내려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상공에서는 헬기가 조명을 비추며 통금 준수 여부를 감시했다. 집회 금지령이 내려진 리옹에서는 약탈 피해를 본 상인들과 연대하려는 시민 500여명이 관광청 건물 앞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의 글로벌 보험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의 경제적 비용을 10억~12억유로(1조5000억~1조8000억원)로 추산했다. 시위를 이끈 ‘노란조끼’ 측은 이번 주말 2막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20일로 잡혔던 예산안 세입 부분 표결도 미뤄졌다. 프랑스 하원 방송 LCP에 따르면 지난 16일 심의가 끝난 시점에 수정안 3396건 가운데 2828건이 남아 일정 안에 처리할 수 없게 됐다. 하원은 헌법상 심의 기한이 27일 끝나는 사회보장 예산안을 먼저 다룬 뒤 정부 예산안 심의를 재개한다. 정부 예산안의 하원 1차 심의 기한은 다음 달 17일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 역시 의회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 49조3항을 발동해 지난 2월에야 확정했다. 의회가 12월17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정부가 행정입법(오르도낭스)으로 예산을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거리의 분노가 커진 만큼 강행 처리에 나서면 야당의 내각 불신임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주프랑스 미국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시위 지역 접근을 피하라는 보안 경보를 냈다. 미 국무부는 프랑스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신중한 여행 필요)로 유지했다. 독일도 폭력 사태를 규탄하며 프랑스로 여행하는 자국민에게 “향후 수일간 추가 시위, 추가 폭력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