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립성 논란에도 국무회의 간 김지용… 청와대 “문제 없다”

관례 깨고 임명 하루 만에 참석

李대통령 “성역 없이 수사” 당부
역대 수사기관장 각의 배석 안해

법조계 “수사기관 집합… 오해 우려”
참여연대도 “정치적 부담” 논평

김지용 중수청장 취임식 일성
“독립적이되 독단적 수사 않겠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이 20일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지 하루 만이다. 정치권력을 수사할 수도 있는 기관의 수장이 대통령, 국무위원들과 주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김 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수사·공소 기관장 3인’ 모두 국무회의에…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뒷줄 가운데)과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 오른쪽)이 2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 청장을 향해 “중대 범죄에 대해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일체의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의와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독립된 중대범죄 수사, 성역 없이”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배석한 김 청장에게 “이제 중수청이 독립적인 중대범죄 수사 기관으로 새 출발 하게 된 만큼, 새로운 각오와 다짐이 필요해 보인다”며 “화이트칼라 범죄나 권력형 부패 범죄, 증권·금융 범죄 등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범죄에 대해서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일체의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엄단함으로써 중수청의 존재 의의와 필요성을 국민께 증명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청장은 이 대통령이 인사말을 권유하자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등 수사기관의 장들은 정치적 중립성 등을 고려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부처 소속 외청장까지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모두 공석이라 줄곧 직무대행이 배석해왔다. 이달 2일 중수청이 출범한 뒤 열린 6일과 13일 국무회의 땐 전종민 중수청 차장이 청장 대행 자격으로 참석했다. 김 청장은 임명된 수사기관장으로는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배석한 인사가 됐다. 이날 회의엔 이정현 검찰총장(공소청 수장) 직무대행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참석했다.

 

법조계에선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건 해당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모두 수사·공소제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매주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외청장에게) 일반적인 의사전달이 필요한 경우 장관을 통해 지휘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수사기관을 국무회의에 집합시키면 따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

◆참여연대 “구체 사건 지시 없어도 부담”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김 청장에 대한 임명안이 재가된 15일 수사·공소기관 수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정례화돼선 안 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취임 후 한두 차례 정도는 배석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참석하는 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참여연대는 “이들 기관이 수사하거나 기소·공소유지 해야 할 대상에는 국무회의 구성원도 잠재적으로나마 포함된다”며 “구체적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수사·공소기관에 정치적 부담을 준다”고 역설했다.

 

청와대는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개별 사건 수사나 공소 지휘를 논의하지 않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회의 구성원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이지만 의장(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해 중수청장 등의 참석이 위법하지 않다고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에 따른 당연한 일”이라고 직접 반박했다.

 

김 청장은 이날 서울 중구 중수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을 중수청의 첫 번째 원칙으로 강조했다. 그는 “수사기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국민의 신뢰”라며 “중수청은 어떤 사건을 다루든, 수사 대상이 누구든, 지위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으로 수사하되 독단적으로 수사하지 않겠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민주적 통제를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식은 김 청장이 지난달 8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42일 만에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