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결과를 통보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가 지나 사실상 ‘증발’된 사건이 최소 9건 확인됐다. 미통보 53건 중 약 70%는 전산 입력 누락 등 관리 소홀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사건 암장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검찰청 폐지 이전에도 경찰의 관리 부실로 사건이 증발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보완수사 요구 검찰 미송부 내역’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보완수사 요구 장기 미회신 사건 1111건 중 사건번호가 확인된 526건을 1차 점검한 결과, 53건(10.1%)이 미통보 상태였고 이 중 9건은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수본은 지난 6월 검찰 요청으로 관련 사건 내역을 전달받아 전국 단위 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1차 점검 대상 526건 중 341건은 이미 결과를 통보했거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했고, 이 밖에 재확인 필요 121건, 수사 중 8건, 확인 불가 3건으로 분류됐다.
특히 공소시효가 만료된 9건은 모두 검찰이 2021년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결과가 통보되지 않는 사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이다.
시도경찰청별로 보면 미통보 사례는 서울경찰청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전경찰청 10건, 경기남부경찰청 6건 순이었다.
경찰은 미통보 53건 중 37건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개편 이전에 보완수사를 요구받은 사건으로, 당시 전산 입력 누락 등 관리 소홀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국수본은 경찰 사건번호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585건에 대해 지난 8월4일부터 2차 점검에 착수했다. 1차 점검에서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분류된 121건에 대해서도 시도경찰청에 재점검을 지시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공소시효 도과 9건은 1차 점검 결과로, 점검이 끝나지 않은 사건이 상당수 남아 사실상 증발된 사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차 점검에서 미통보 53건 중 17건은 점검 실시 후 검찰에 뒤늦게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역시 보완수사 결과를 장기간 회신받지 못하는 동안 공소시효 만료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건 관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회신 과오가 확인되면 진상조사와 감찰통보 등 상응 조치를 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