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이 규정하는 여러 위반 행위 중 상대적으로 판단이 쉽지 않은 유형을 꼽으라면 동법 제4조의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행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거래관계에서 대금 결정은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시장경제의 대원칙이다. 계약 체결 자체는 민법 제104조 당사자의 궁박(窮迫),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 무효가 되지 않는 한 당사자 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도급법에서는 계약 체결단계에서부터 법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즉 부당하게 목적물 등과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금을 결정하거나 하도급을 받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부당한 하도급 결정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어쨌든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행위가 성립하려면 ‘부당성’과 ‘목적물 등과 같거나 유사한 것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침을 통하여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판단이 쉽지 않다.
하도급법에서는 이러한 판단의 어려움 탓에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행위로 간주하는 경우를 예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한 결정행위다, 즉 ‘일방성’과 ‘낮은 단가’가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일방성은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인 협의가 있었는지로 판단하면 되므로 판단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그러나 낮은 단가는 객관적 판단을 하기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당사자 의사가 중요하고 케이스마다 상황이 다른 탓이다.
최근 조선업 하도급 사건에서 이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2026. 8. 13 선고 2025두35790)이 있었다.
동 판결에서는 일방성과 관련해 △원고의 수급 사업자인 사내 협력사들은 원고와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으면서 원고에 대한 거래 의존도가 높고 원고의 판단에 따라 거래관계가 단절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있었다는 점 △‘선시공 후계약’ 형태로 작업이 진행된 점 등을 이유로 원고가 사내 협력사들과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고 보았다.
그리고 낮은 단가와 관련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3단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행위 당사자 사이에 있었던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의 대상이 되는 다른 거래에서 형성된 대가 수준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봤다.
둘째 단순히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에 관한 증명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수급 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셋째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원사업자가 위탁한 목적물 등을 수급 사업자로부터 납품 등을 받은 뒤 비로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면서 수급 사업자의 가격 협상력이 낮아진 상태를 이용하여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수급 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서는 선시공 후계약 형태를 일방성으로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제조원가를 낮은 가격의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간의 특수한 상황을 인정한 셈이다.
이는 과거 대법원 판단(2024. 11. 28. 선고 2024두35125)과 유사한 것이고 그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판결 내용이 조선업 외 다른 업종이나 거래형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llaw.com